안녕하세요><
달팽이집 3호(민달팽이 정규앨범 3집, “달그락(樂)”)에 8월부터 입주하여 살게 된 박수영이라고 합니다.
민달팽이 정규앨범 3집, ‘달그락(樂)’이라는 표현은 1층 1인실 사시는(저는 3층 3인실에 입주했습죠) 최창현님께서 이번 해 봄에 ‘달그락 봄 근황’이라는 글을 기고하시면서 쓰신 표현인데 너무 재밌어서ㅎㅎ 물어보지 않고 일단 썼습니다.
이번주 일요일에 반상회가 있다는데 그때 마주치면 말씀드릴 예정이예요 후후
저는 청년유니온(줄여서 ‘청유’) 조합원이기도 한데 항상 청유 모임에 민달팽이 유니온(줄여서 ‘민유’)분들도 오시더라구요. 그래서 달팽이집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항상 독립을 염원하고 있던 터라 민유 페이스북을 먼저보기 해놓고 새로운 집은 언제 또 만들어지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원래 살던 사람들이 나가고 새 식구를 받는다는 소식이 뜨더라구요.
그래서 바로 예비입주자 교육엘 나갔습니다.
저는 교육에 나가면 뭐 보증금이나 월세, 관리비, 계약기간 같은 법이나 돈에 관한 얘기를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오자마자 제일 처음 한 게 자신이 여태까지 살았던 집을 그려서 자기소개를 하는 거였어요. ‘으잉? 여기 오신 분들이랑 서로 알 필요가 있나?’싶었지만 재밌게 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자기소개를 하니 정말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더라구요. 항상 자기소개라고 하면 이름말하고 정말 말하기 싫지만 말할 게 없어서 나이 말하거나 뭐 직업 말하는 정도였는데, 이름과 나이, 직업은 전혀 나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날 처음 온 분들이 자신이 살았던 집을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설명하니까 각자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풍성하게 얘기할 수 있었어요.
정말 신기했던 건 그 자리에 계셨던 민유 상근자이자 달팽이하우스에 현재 살고 계시는 분들만 집을 그릴 때 ‘사람’을 그렸다는 거였어요. 저를 포함한 다른 분들의 집 그림에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뭔가 소름.....
이렇게 1차 예비입주자 교육에서는 저의 예상과는 달리 모르는 사람과 같이 산다는 것에 대해, 집에 대해, 삶을 공유한다는 것에 대해 풍성하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보증금이나 월세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해, 소통에 대해 다시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었어요. 대학교 때 기숙사 생활을 해본 적이 있지만 그때는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사는 곳에서는 그냥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정로만 공존했던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더 나은 주거환경을 위해 대화하고 규칙을 만들고 할 생각은 전혀 없었죠. 잠시 살다가는 곳이니까!?!
그리고 1차 교육을 받은 분들에게는 2차 교육 안내가 있었습니다.
2차 교육은 다름이 아니라 내가 입주를 희망하는 달팽이집에 방문하여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밥을 먹는 거였어요. 그 때 솔아님께서 3호집에 현재 살고 계신 혹은 6개월 기간이 끝나고 달팽이 집을 떠나신 분들이 입주하실 때 쓰신 ‘입주지원서’를 보여주셨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특히 자신이 입주하면 예상 될 트러블에 대해 적는 거나, 집에서의 하루 일과를 통해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것 등이 ‘아! 달팽이집은 같이 산다는 것에 대해 공간만 공유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것들을 소통하고 싶어 하는 구나!’하고 다시금 느꼈습니다.
이렇게 입주자 중 최초로 예비 입주자 “교육”을 받은 제가 결국 달팽이집에 입주하였습니다. 아직 짐도 다 옮기지 못했고 3층에 입주해서 1층에 인사 한번 가지도 않았네요. 이제 이 글에 마침표를 찍고 1층에 한번 기웃거려봐야겠어요. 반상회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바로 창현님께 정규앨범 이용을 하락 받아야겠어요!?!
그럼 이만 나 박수영은 앞으로 집주인인 마냥 3호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오지랖을 부릴 것을 다짐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 7월의 달팽이집 2호 이야기 보러가기 (위민진 조합원님 기고)
☞ 7월의 달팽이집 4호 이야기 보러가기 (황소연 조합원님 기고)
☞ 7월의 달팽이집 5호 이야기 보러가기 (국방용 조합원님 기고)
☞ 7월의 달팽이집 6호 이야기 보러가기 (박지예 조합원님 기고)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 * 달팽이집 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팽이집5호] 5호집의 두번째 달 이야기 (국방용 조합원님 기고) (0) | 2016.08.10 |
---|---|
[달팽이집6호] 소소만가에서 여름을 보내는 집사람들의 자세 (박지예 조합원님 기고) (0) | 2016.08.10 |
[달팽이집2호] 그 여정이 보상이다 (최이슬 조합원님 기고) (0) | 2016.07.21 |
[달팽이집5호] 별 거 없는 우리집 (박재범 조합원님 기고) (0) | 2016.07.19 |
[달팽이집3호] 같이 사는 건 불편한 것 (이나영 조합원님 기고) (0) | 2016.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