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17 청년지원정책에 관한 민달팽이유니온의 의견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서울시는 26일 기자설명회를 통해 2017년 청년지원정책을 발표했다. 청년에게 시간, 공간, 기회 보장을 목표로 1800억원 규모의 20개의 사업으로 구성됐으며, 청년이 겪는 다양한 위기를 고려해 삶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안전망 구축으로 해석된다.

 

2017년 서울시 청년지원정책 중 주거정책은 4653천만원을 들여 2350호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8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와 서울시의회가 공동주최한 청년의회의 주거분과에서 제안한 정책인 청년 주거 정보 접근성 강화를 위한 플랫폼 형성과 교육 지원 사업은 각각 72, 771백만원도 포함됐다. 약소한 예산이지만 주택 공급 중심에서 주거 복지 전달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의 범주가 확대됐다는 점은 높이 살만 하다.

 

그러나 2만호 주택 공급이라는 목표를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는 우려스럽다. 서울시에서 발표한 청년 대상의 주거정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각 세부 사업의 목표 공급량과 예산은 다음과 같다. 역세권 2030 주택 15천호(2523200만원), 낡은 고시원 등 리모델링을 통해 주택 250(110억원),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200(846800만원), 빈집 살리기를 통한 주택 150(78천만원), 어르신과 청년이 함께 사는 주거공유 사업 250(25천만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각 세부 정책에 대한 평가는 차치한다 하더라도 모두 민간과의 협력이 없으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민간 공급을 담보할 수 있는 과제 또한 수반되어야 한다.

 

반면, 서울시 스스로 공급해 책임질 수 있는 목표량은 극히 적다. 보증금 2000만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보증금 90%까지 대출과 이자를 지원하는 사업이 8억 규모, 4천명을 목표로 신규 설계됐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에서 서울시가 확실히 약속할 수 있는 사업은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시행하는 대학생 희망하우징과 맞춤형 공동체주택이 전부인데 목표량이 각각 300, 200호 규모이다. , 2350호의 공급목표 중 서울시가 지금 단계에서 책임질 수 있는 공급량은 500호에 불과한 것이다.

 

사회주택의 핵심은 협동조합 등의 민간주체가 성장하고 지속가능하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데에 있다. 이제 막 도입기에 접어든 사회주택사업은 민간 주체들이 스스로 충분히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조건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우선이다. 서울시에서 발표한 목표 달성을 위해 민간 주체들의 역량을 쉽게 평가하거나, 제도적 기반 없이 사업만 설계해서는 안 된다. 역세권 2030 주택도 민간 건설 임대가 전제되어야 한다. 규제완화를 통해 공급된 일부를 공공임대주택으로 매입하는 방식이다. 소형 주택의 공급 과잉이 시장에서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신중해야 한다. 마음이 급하다고 우물가서 숭늉 찾으면 안 된다.

 

현재 발표된 정책이 예산 제약과 지방정부의 권한을 고려해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정책임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울시 청년 주거 정책의 주요 전략을 역세권 2030 주택을 비롯한 사회주택 등 공급 측면에서의 민관 협력 모델로 채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서울시가 지금 해야 할 민관 협력은 지나치게 시장화 되어있는 주택임대시장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민과의 합의와 이를 추동할 수 있는 정책이다. 동시에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급을 꾀해야 한다.

 

청년들이 겪는 주거불안은 시장의 불공정성에서 기인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입자의 주거 불안과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이끌어온 자가 소유 중심의 주거 정책의 실패의 결과가 청년 주거 문제이므로 정책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 주위에 즐비하게 세워진 높은 주택은 이미 한 개인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르지 않는다. 타워팰리스보다 비싼 원룸과 높은 가격에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주거환경이라는 현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시장의 불공정성을 해소하고 지나치게 공급자, 임대인 중심의 주택임대차관계를 개선하는 데에 있다. 주거에서의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일념 아래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정책 효과가 반감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이미 비교임대료, 전월세 보증금 지원센터,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등 세입자 권리 보장을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시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종합적으로 설계하고 이 안에서 청년의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주거 정책이 일관성을 담보하며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진행되는 서울시의 선도적인 노력은 비단 서울시 차원에서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뒤틀린 집에 대한 관점과 소유 중심, 공급 중심의 주거 정책을 전환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또한 사업 진행 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행정 편의적인 관행들을 극복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 공동체주택을 도입하고 있지만 입주자의 공동체 형성과 자치 관리를 위한 충분한 예산과 주체 역량 발굴에 소극적인 것은 사실이다. 어르신과 주거공유 역시 매년 실적이 저조하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일선 공무원들이 열과 성을 다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책의 목표와 방법 측면에서 면밀하게 다시 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를 통해 청년 당사자가 제안한 주거 정보 접근성 강화와 관련한 정책은 그동안 서울시가 관심 갖지 않아 배제되었던 정책 분야가 비로소 포함되었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청년의 입장에서 주택의 탐색, 계약, 거주 및 퇴거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들을 서울시가 책임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들여다 볼 때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 서울시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정책이다. 공급 중심의 정책을 벗어나 지방정부의 역량을 강화하며 정책 분야 확대와 시장을 교정하며 공급을 고려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동안 서울시는 청년 당사자와 함께 청년정책을 설계하고, 정책의 효과성을 담보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범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 집행부의 노고는 물론, 청년 당사자의 시정참여 플랫폼인 서울청년정책네크워크의 주도적인 활동과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서울시의회에게 경의를 표한다. 지난 2년이, 박원순 시정이라는 특수한 정치적 조건에 도입된 실험이 아닌 우리 사회의 변화의 물꼬를 튼 2년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

Posted by 민달팽이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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