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이 있는 공간, 그 속에 행복한 우리
올해 초 공동 주거에 대한 관심으로 민달팽이 유니온과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에 가입했다. 학창시절부터 나의 오랜 꿈은 쉐어 하우스에 사는 것이었다. 서울에 살게 되면 꼭 민달팽이에서 집을 구하고 싶단 생각에 2016년 목표로 스케줄러에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집 구해 살기’라고 적어두기도 했다. 급하게 서울에 올라오느라 다른 쉐어하우스에 살게 되었는데, 운 좋게 기회가 닿아 지난 8월에 민달팽이집 4호에 입주하게 되었다. 이 집과의 인연이 있는데, 현관의 방수 페인트를 내가 칠한거다! 4호 리모델링 봉사에 참여했었기 때문이다. 그 땐 이 집에 살게 될 지 꿈에도 몰랐는데 참 신기하다.
사실 나는 이 집에 들어오기 전 걱정거리들이 꽤 있었다. 이사를 하게 되면 나의 주요 생활권에서 30분이나 멀어지게 되어 교통편이 걱정이었고, 살고 있던 쉐어하우스보다 시설 면에서 좋지 않다고 느껴져 괜히 내가 사서 고생을 하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한 달 반 동안 이곳에 살게 된 지금, 이런 걱정거리들이 무색할 만큼 만족하며 살고 있다.
우리 집의 최대 장점은 편하다는 것이다. 진짜 쉴 수 있는 편한 공간이다. 물론 넓은 방과 쉐어하우스의 장점인 세탁실과 주방, 거실 등이 분리되어 있다는 기능적인 부분도 큰 작용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함께 사는 사람들이 좋다는 점이 편안한 생활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처음 방을 보러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식구들이 정말 잘 챙겨주셔서 감동하며 살고 있다. 오다가다 인사를 나누고,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것도, 음식을 공유하는 것도 정말 즐겁다. 마음속에 늘 훈훈함을 장착하게 된다.
아무래도 성별, 나이, 성격, 하는 일, 생활 패턴이 모두 다른 1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서로의 이해와 존중이 없었다면 함께 사는 것이 힘들었을 것이다. 서로 생활에 대해 주의할 부분이 있다면 솔직하게 말하고, 그것을 존중하는 분위기이다. 또한 작은 의견 하나도 카톡 단톡방이나 반상회에서 모여서 의견을 나누고, 각자 집안일의 역할을 맡아서 하기 때문에 함께 어우러져 즐겁게 살 수 있는 것 같다. 또 이렇게 하니 집에 내가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고 집과 식구들에 대한 애정을 더욱 불어넣어 주는 것 같다.
우리 집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많다. 한 번은 거실에 빔 프로젝터를 쏘아 다 같이 축구를 보면서 치맥을 한 적이 있다. 편한 분위기에서 참 즐거웠었다. 그리고 한 번은 옆 옆방에 살던 언니가 머리를 감고 나온 나의 머리를 말려준 적이 있다. 스스로 모든 걸 할 수 있게 된 이후, 미용실 외에선 누가 내 머리를 말려준 기억이 없는데, 참 포근한 기억으로 남았다. 소소한 일상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집에 산다는 것은 큰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집에 들어오기 전 내가 한 걱정들은 이사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눈 녹듯 사라졌다. 편안한 집과 사람들에게 만족을 하니, 교통편이 그리 좋지 않은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에게는 교통수단에서 보내는 시간이 조금 늘어나더라도 편한 집에 사는 것이 잘 맞다는 걸 깨달았다. 걱정했던 시설은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다.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고, 오히려 통풍이 잘되고 햇볕이 잘 들어오는 큰 창문과 널찍널찍한 집안이 나를 더 여유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어느 날 오후 침대에 누워 기지개를 켜는데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선택이 옳은 선택이었구나. 이사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4호집 식구들과 서로 존중하고 편하게 살며 이 행복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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