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함께 마음과 품을 내 4호 입주 준비를 끝낸지 얼마 안 된, 이제 막 함께 살기 시작하는 4호집
1) 서울 살이
제 이야기로 운을 띄어야겠네요. 20대 후반에 서울로 이사를 왔습니다. 아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집에 대한 정보도 부족했죠. 첫 번째 집은 바닥이 기울어진 곳이었고 두 번째 집은 현관문 위에 설치된 비상구등을 떼지 못하는 곳에 이었습니다. 이 두 곳의 삶으로 우리나라에서 세입자의 위치가 어디쯤에 있는지 알게 되었죠.
2) ‘세입자의 권리’와 ‘민달팽이 유니온’
집들을 알아보다 한 언론을 통해 ‘민달팽이 유니온’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입자가 가지는 권리에 대해 고민을 하는 곳이었고 찾아갔습니다. ‘입주갱신권이 입주조합원에게’ 도발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문구이더군요.
달팽이집 1, 2호에서 추가 조합원을 받을 때였는데, 그 당시에는 다른 분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민달팽이 유니온을 지지하고 있었기에, 한 구좌를 남겨두었고 다음 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현재 4호집에서 입주를 하여 살게 되었습니다.
3) 4호집의 다양한 사람들
4호집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시는 분, 우쿨렐레를 가르치는 강사, NGO 단체에서 일하시는 분,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 등, 회사에서 일하는 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분들입니다.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 같더군요. 제가 알고 있는 집이 휴식의 기능뿐만 아니라 다름을 이해하고 경험을 늘려주는 장소가 되더군요.
첫 반상회를 하려고 한 자리에 모인 4호집 식구들
3) 단점
물론 있습니다. ‘나’가 아닌 서로 다른 ‘너’들이 함께 생활을 하는데 갈등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할 수 있겠죠. ‘샤워시간을 언제 할 것인지’, ‘냉장고는 어떻게 나눠 쓸 것인지’, ‘입주 조합원들끼리 갈등이 생겼을 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의 문제에서부터, ‘설거지의 정의는 무엇인지’ 같은 처음 들으면 의아할 수 있는 문제들이 정말 많습니다. 양보하고 이야기하며 함께 타협점을 찾아가야하죠.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겠지만 휴식'만을' 위한 집을 찾으신다면 다른 곳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겪고, 배우고 성장하는 삶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권유해 드리고 싶네요.
4) 88만원의 행복
제가 대학시절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지금의 20, 30대라면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책을 썼지만 청년들에게 슬픈 꼬리표를 붙인 것 같아 미안하다는 트윗을 올리곤 하더군요.
뜬금없이 세대론을 말한 것은 ‘달팽이집 입주계약서’를 작성 중, 임대보증금이 ‘88만원’이란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입니다. 억지일지 모르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이 88만원이라는 돈이 달팽이 4호집과의 행복한 삶과 이어진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 좋은 경험과 배움, 인연이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되네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 * 달팽이집 살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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