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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달팽이]/* 월간민달팽이 회원 조합원 기고글

[2016년 3월호 이달의회원] 대학생 주거상담센터로 오세요 오재호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3. 7.

2월의 이달의회원은 민달팽이유니온과 대학생들이 함께 운영하는 대학생 주거상담센터 '집보샘'에 참여했던 오재호님입니다.

(대학생 주거상담센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 http://minsnailunion.tistory.com/507)

단골이라는 서촌의 협동조합까페에서 두런두런 나눠본 재호님의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안녕하세요 재호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어쩌다 홀려서 민유에 가입하게된 오재호라고 합니다.(웃음) 장난이구요, 오면서 무슨 말을 할까 생각했었는데 말해볼게요. 지금 민유가 집중하고 있는 주거문제는 청년의 주거 문제인데 저는 사실 그 주거문제에 해당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할머니랑 같이 살고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또다른 주거문제의 당사자에요. '집은 있지만 우리집이 아닌' 전셋집이니까요. 늘 저희 할머니는 '집없는 설움이 제일이다'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그런 주거 문제의 당사자이고 사실은 지금 일반적인 양상의 청년 주거 문제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사람이지만, 민유가 더 커지면 저와 같은 사람들의 주거문제까지도 다룰 수 있기를 바라는 신입 회원입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이 다루는 청년 주거 문제는 '자취' '하숙'을 하는 청년들에만 초점이 맞춰진 건 아닌데 더 열심히 알려야겠네요(웃음) 모든 세대가 다 집에 대한 문제를 겪고 있고, 그게 곪다곪다 가장 약한 부분에서 터지는 게 지금 청년 주거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재호님이 보기엔 어떠세요?


저는 사실은 주거 문제가 ‘문제’라고 생각한 지는 진짜 얼마 안됐어요. 그 전까지는 그냥 '왜 나는 반지하에 살아야하나. 곰팡이 피고 여름엔 물들어오고 겨울엔 추운 이런 집에 살아야하나'하는 불평불만? (웃음) 한국사회에서 집이란 건 너무나 현실적인 거 같아요. '이 집이 너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에 맞는 집이야'라고 그걸 받아들이게 하는 지표 같은거라고 느껴져요. 그래서 어렸을 땐 친구집에 갔다가 박탈감도 되게 많이 느꼈고, 사실 지금도 햇볕 잘 들어오고 온수 잘 나오는 그런 집에 살면 좋겠다 하는 그런 소박한 바램들이 있죠. 할머니가 이 동네에 오래 사셔서 이젠 여길 떠날 수가 없는데, '할머니랑도 그런 집에 살아봤으면 좋겠다'하는 소박한 마음을 가진 한 사람이었어요. 근데 그런 소박한 바램에서 '그런 집에 사는 것도 권리'라고 생각하기까지는 너무나 먼 길인 것 같아요 사실은.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내가 사는 집'은 나의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른 거고, 괜찮은 집에 살기 위해서는 내가 더 돈을 벌고 노력해야 하는 것, 좋은 집에 살기 바라는 건 '분수에 맞지 않고 권리가 아닌' 느낌이죠. 최소한의 주거라는 것들이요.


제가 집문제를 '문제'로 받아들이게 된 거는 2014년에 다른 학교에서 1학년을 보낼 때, 왕십리에서 자취하는 동기랑 선배들 집에 엄청 많이 놀러다니면서였어요.


왕십리 사근동에 갔었군요. 사근동은 서울에서 청년 주거 빈곤(고시원, 옥탑방 등을 포함하여, 주거빈곤이라고 일컫는다) 수치가 제일 높은 지역인데.


맞아요 사근동이에요! 한양대 학생들은 할렘이라고 불러요(웃음). 거기 사는 친한 형 집에 가끔 가는데, 최근에 두 번 더 이사를 했었지만 방은 늘 똑같아요. 신발 벗고 들어가면 진짜 침대하나 책상하나 딱 있고. 그 공식은 변하지 않아요. 숨이 콱 막히는. 내가 지금 딱히 좋은 집에 살고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그런 집에 가면 너무 뭐랄까.. 마음이 답답하고 찡해요. 아무리 혼자 사는 집이라도, 우리는 왜 저런 집에 살아야할까 하고서.. 근데 또 그런 원룸이 다른 친구들도 많이 사는 고시원 같은 곳에 비하면 나은 거잖아요. 아시겠지만 그런 원룸이든, 고시원이든 특별히 가난한 친구들이 살고 그런게 아니에요. 그냥 다 평범한 친구들이잖아요. 그게 다 워낙 비싸서 그렇고. 요새는 교통이 편리해서 젊은 직장인들이 막 들어오고 있어요. 그래서 대학생들도 피해를 보고 있대요. 근데 그 직장인들도 원룸이 아닌 집들은 아예 사회초년생에서 구하기 힘드니까 그렇게 들어오고.. 이제 그런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거죠. 이건 진짜 문제가 있다. 집에 관한 게.


본인도 집문제를 항상 겪고 있었지만 '나와는 또 다른 양상의 집문제'들을 바로 주변에서 보면서 '집'이란 것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거네요.


네. 저희집도 그렇게 좋은 집은 아니었지만, 그런 집에 가보고는 '집이, 집인데. 감옥같아선 안되는데..'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집은 (심지어 최소한으로)술을 먹고 잠만 자러 가더라도 편안해야하는 곳이고, 맛있는 걸 해먹을 수도 있어야하고, 친구들도(연인도) 가끔 데려와서 놀 수도 있고, 나중엔 결혼해서 아이도 낳을 수 있는 그런 행복들을 만들어가야하는 공간이잖아요. 집은 그냥 잠만 자는 곳 이상의 기능을 하는 거잖아요. 근데 저렇게 비싼 돈내고 저렇게 갑갑한 공간에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뭘까 과연. 이러고 막막해진거죠. 그러고나서 제가 학교를 옮기게 됐는데, 마침 새로운 학교에서는 학생사회에서 주거권과 관련해서 오고가는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민달팽이유니온이라는 곳도 알게 됐구요. 의문이 들던 차에 여러가지로 '주거권'이라는 것을 접하면서 제가 어느 정도 집에 대한 개념이 바뀐거죠.


재호님이 '집보샘'에 참여하게 된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라고 볼 수 있겠네요?


원래는 지난 여름에도 집보샘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해보게 되었어요. 저도 전세를 살기 때문에 최소 2년, 최대 4년마다 이사를 다니게 된단 말이에요. 그럼 집을 볼 때마다 늘 입주하고 나서야 집의 문제점이 보이는 거에요. 소소하게는, 그런 것들이 화가 나더라구요. '왜 나와 할머니는 집을 이 정도 밖에 못보는가' (웃음) 그래서 소소하게는 집보러다니는 어려움이 와닿았고, 저도 계약하고 집에 살면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야할 때의 어려움을 아니까요. 저는 제가 나이도 어린데 집주인이나 부동산을 직접 다 부딪혀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유일한 무기가 법밖에 없었어요. 임대차보호법이나 여러 가지 규정들, 신문 기사로 나온 사례들, 지식in에서의 공인중개사의 답변.. 이런 것들이 제가 거인 같은 집주인과 싸울 때 유일한 도움이 됐어요. 지식in에 많이 물어봤어요. '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나요'부터 시작해서. '왜 보일러를 고쳐주지 않나요'.. 잘 모르는데 혼자서 그렇게 하나하나 알아가야하고 부딪혀야하는 것들이 소소하게 저한테는 되게 힘들었던 점이에요. 애초에 법이나 제도들이 더 잘 만들어져야하지만 그 제도를 잘 활용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데, 집보샘이 그런 취지잖아요. 우리가 전문가가 아니고 학생들끼리 민유의 교육을 받으면서 하니까 아직 불만족스럽고 불완전하긴 하지만, 세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들을 그나마 잘 활용하고 그렇게 해서 문제들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저는 저 나름대로는 굉장히 적극적인 사람이고 약아빠진 사람이라 그런 것들을 다 찾아보고 부들부들하면서 집주인한테 신문기사 다 뽑아가서 보여주고 그러는데. 대게의 사람들은 못한단 말이에요. 친구들 봐도 그런 것 같아요. 잘 모르기도 하고 좋게좋게 살고 싶고 용기도 없고.. 그런 사람들이 바로 제 주변의 사람들이니까. 그런 제 동기, 선배 후배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었던 거죠 집보샘은.


재호는 이미 여러번 집을 구해보면서 그래도 집구하기에는 나름의 경험이 있었는데, 집보샘을 해보니 어땠어요? 함께 배우는 내용이라던가 실제로 해보면서의 일이라던가


제가 알고 있는 건 모자라니까, 확실히 더 배울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도 혼자 찾아보면서 접해본 게 있어서 그런지, 사실은 교육이 많이 어렵거나 하진 않았어요. 꽤 익숙했어요. 수선 유지의 의무 이런거 너무 많이 찾아봤고(웃음). 임대차보호법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어느 게 나한테 필요한지 정도는..? 아, 등기부 등본도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이번 집 이사오면서 복덕방에 꽤 오랜 시간 있었던 이유가 뭐냐면, 저희집에 선순위 채권이 있어가지고. 집 전체의 가격보다는 되게 작은 금액이라서 계약을 했는데, 그 때 처음으로 제가 등기부등본 보는 법을 알게됐거든요. '아 이래서 선순위 채권이란 게 있고, 확정일자를 우선변제권을 갖기 위해서 받는거구나' 하고. 그래서 꽤나 익숙한 내용이었어요. 오히려 익숙하지 않았던 건 자취방은 기본 보증금1000/ 월세 50 이런 것?


오히려 딱 지금 대학생들이 사는 원룸에 관한 것들?


네 저한테는 너무 생소한 것들이었어요(웃음). 1000/50이면 어떤 집인지 상상이 안가는거죠. 집을 많이 보러 다닌 다른 친구들은 상담하다보면 그 가격이면 대체로는 방은 어떻고 시설은 어떤 집에서 살 수 있어요 이런 게 대충이라도 나오는데 저는 그런 게 많이 모자라서 애를 먹었죠.


이번에 집보샘에 참여해보니 아쉬움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오진 못했고, 분명 집보샘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주 많을텐데 그 사람들이 찾아오지 못한 게 아쉬움은 많은데. 그러니까,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집보샘이 필요하고 더 제대로 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되게 중요한 문제이자, 사실은 학교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기숙사가 그렇게 부족해서 민간에서 이렇게 사는 거고, 사는 것과 교육권이 절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근로장학금이라는 형태로 지원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학교가 직접 책임을 질 수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이게 개별 학교 차원에서 현실적으로 좀 어려울려나 싶기도 한데.. 그럼 전체적인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 대학들! 기숙사 짓지 않을거면 집보샘 같은 거라도 해라 이렇게 가야할 것 같아요(웃음) 어쨌든 앞으로 좀 더 잘해보면 좋겠는데.. 욕심이 막나요. 기왕 집보샘을 하는 거, 한 번 할 때 제대로 해서 오래 잘 갈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



 

방학 중에는 특별히 원룸촌에서 상주 상담을 진행한 대학생 주거상담센터 '집보샘'과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학생들과 시민단체가 이런 일들을 한다는게 장점이기도 하면서 여러가지로 인해 계속해서 아쉬운 점이 생기는 것 같네요. 진짜 재호 말처럼 잘 개선해나가봐요 우리. 재호는 집보샘 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어요?


엄청 기억에 특별히 남는 경우는 없지만 남자분이 한 분 기억나요. 하숙에 대해 엄청 물어봤는데, 사실 하숙이라고 결정한 것도 아니고 아무 생각 없이 오신 거였어요. 군대 갔다 와서 복학했는데, '내가 어떤 곳에 살아야겠다, 살 수 있겠다'라는 것 없이 금액만 정하고 온 거에요. 그래서 저희가 여러 가지를 알려드렸는데, 하나하나항목을 체크해보니까 그 분에게 맞는 거주 형태는 자취였어요. 근데 여러 상황을 생각하면 본인은 하숙에 좀 더 끌려하시는 것 같았고, 근데 또 하숙방은 방 구하는 시기가 좀 지나서 이제 많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걸 보면서 '생각보다 이런 사람들이 엄청 많겠구나' 싶더라구요. 돈만 정해져있고 뭔가 더 자세히 알아보지 못하면 그냥 그 돈에 맞는 집을 찾아서 간 곳이 자기가 생각했던 집과 전혀 맞지 앉는 일이 생기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집보샘이 있는 거구나 싶었죠. 페이스북 페이지에 누가 자취방을 내놓는다고 게시물을 올렸는데, 보자마자 그 분 생각이 나더라구요. 비록 매물을 직접 연결하는 게 집보샘의 원래 취지나 목적은 아니기는 해도, 그 분에게 바로 그 집을 연결해드리지 못한 게 후회가 남네요.


아. 우리 회의 중에 찾아오셨던 부모님도 되게 신기했어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집들 보시고 '어휴' 싶으셨을 거에요. 우리 자식이 어느 정도는 되는 집에 살았으면 하는데. 타지에서 산다고 집 구하러 와서 봤더니 말도 안되는 상태에 말도안되는 가격이고 하니까.


집보샘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었으면 하는지 생각해본 것이 있나요?


자유롭게 생각을 펼쳐보자면, 나중엔 그런 형태로 운영되는 건 어떤가 싶네요. '거점 대학생 주거상담센터' 이런 식으로요! 대학들은 보통 많이들 몰려있으니까요. 그럼 그 운영을, 학교들이 안하면 지자체에서도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 주거상담센터가 매물 중계를 하는 곳은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이걸 하는 건 정말 좋고 장점도 많으면서도 한편으로 한계도 많은 것 같아요. 오히려 그래서 우리가 20-30년 집보샘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넘기는 게) 더 중요한 건가 싶기도 해요. 언젠가 학교든 정부에게든, 그걸 최대한 빨리 당기는 것도 우리 집보샘의 역할인가 싶네요.





마지막으로 민달팽이유니온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처음에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반복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민달팽이유니온이 또다른 민달팽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고 저도 거기에 도움이 되고 싶네요. 같이 할 수 있는 방법들은 같이 찾아가야겠죠? 제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 같은데 (웃음) 저는 주거문제 해결은, 저희 할머니가 늘 입에 달고 말씀하시는 ‘내 집 없는 설움’이 없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민달팽이유니온이 더 큰 시민단체가 돼서 더 많은 민달팽이를 돌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흔쾌히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신 오재호님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럼 다음달에도 또 다른 이야기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