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달팽이집 이야기는 정릉에 있는 달패이집 7호입니다. 이유미 조합원님의 이야기를 함께 살고 있는 김정숙 조합원님이 정리해 주셨습니다.
사실, 나는 이 집에 살지 않으려고 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참 험난했기 때문이다. 집을 보러 간 날은 일찍 찾아온 더위로 무더웠고 여정은 길었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버스까지 타고도 한참을 걸어가야 했는데(초행길이어서 가는 길이 더 길게 느껴졌다.) 내려서도 몇 번이나 헤맨 뒤에 집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계단엔 이상한(?)_ K2 사람들이 한 명씩 포즈를 취하고 있는_사진이 한 장씩 걸려있어서 ‘뭐지?’ 싶었다. 옷파는 덴가 했었다. (K2 인터내셔널은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와, 여긴 못살겠다’ 마음은 정했으나 온 김에 집 구경만 하고 가자는 생각이었다. 들어가기 전까지는. 7호집에 사는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리고 옥상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그랬다.
집 안에 들어간 후 내 마음은 180도 바뀌었다. 집 안은 쾌적했고 열려진 창문 사이로 큰 목련 잎들이 반짝였다. 이것저것 물어보는 데 그녀가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거실에선 살짝살짝 보이던 초록들은 옥상에 올라가니 풍년이었다. 이럴 때 ‘심쿵’한다는 표현을 쓰는 거겠지. 집에서 정릉까지 걸어서 1분이라더니 눈앞에 정릉의 숲과 북악산이 보였다. 정릉에 우뚝 솟은 오래된 나무가 마음을 시원하게 했다. 그 모습에 반해 바로 ‘저, 여기에 살고 싶어요’라고 말해버렸다. 7호집은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반전 있는 집이었다.
룸메와의 생활
이사오기 전에는 혼자 살았다. 그런데 혼자 사니까 게을러지는 거 같아 공유주택을 알아보았다. 사람들과 같이 사니 나한테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일단 부지런해진다. 다른 사람 눈치를 보게 돼서 더 움직인다. 있던 자리는 바로바로 치우고 설거지도 바로 하게 된다. 요즘 아침도 매일 챙겨먹고 저녁도 집에서 먹는다. 전에는 밥을 거의 사먹고 들어가곤 했다.
집에 누군가가 있으니 더 잘 들어오게 되는 거 같고, 밖에서 먹는 대신 뭘 해먹게 된다. 들어오기 전에 이 집에 사는 사람들과 만나야 한다고 해서 이사 오기 전에 이곳에 한 번 더 왔었다. 그때는 ‘몇 번을 왔다갔다 해야하나?‘ 귀찮았는데 만나고 나니 좋았다.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 미리 알 수 있어서. 룸메가 될 언니와는 공통점이 많아 결정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대도 그렇고 생활패턴이나 체질이 비슷해(저혈압, 밤잠이 많음. 잘 챙겨먹는 걸 좋아함) 두 명이 한 방을 쓰지만 지금 크게 불편함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맛있는 것도 나눠먹으며^^
이사 오고 나서 동네에서 책상과 책장을 주웠다. 수납장이 없어 바닥에 짐을 놓았었는데 수납이 해결되면서 마음의 안정을 더욱 찾았고, 여름준비로 모기장까지 치니 러브하우스가 완성되었다.
우리 집 자랑을 하라면 나는 이렇게 말할 거 같다. “주말에 누워 있다가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 때 산책이 하고 싶어질 때, 뛰어서 30초면 정릉에 갈 수 있어요. 거기엔 300년 된 느티나무도 있고, 크고 긴 소나무도 있는데요. 제가 이름도 지었어요. 소나무는'소선', 느티나무는 보는 것만으로 힐링되고 듬직하다해서 '느길'이. 소선이와 느길이를 바라보며 주말에 멍때리는 게 너무 좋아요. 사랑해요, 정릉(동).”
마지막으로, 동네가 좋고 사람이 좋아 선택한 집이지만 혼자 살 때의 이점이 그립기도 하다. 물컵 하나를 닦는 방식도 다 다르니 우리 집만의 약속과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따로 또 같이 잘 살기 위해.
*7호집 그녀는 현재 집사를 맡고 있는 윤지수님입니다^^
(구술-이유미 조합원, 정리-김정숙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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