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이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기 위한 제언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임경지
1. 청년정책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청년정책 실행의 규모화
1) ‘규모있는’ 청년정책의 필요성
2016 ‘서울형 청년 보장(Youth Guarantee)’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청년정책이 독립적인 정책 부문으로 다뤄지기 시작했음. 발표 당시, 5년간 7,136억원의 목표를 잡고 있으며 2016년에 편성된 예산 규모는 총 1209억원이었으며 2017년에는 약 1,800억원 규모로 다소 확장되었음. 하지만, 2016년에는 보건복지부의 직권 취소 등으로 인해 실제 예산 집행율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2017년 역시 전년보다 증가했지만, 서울시 예산 약 29조 중 0.6%에 불과함.
청년정책이 독립적인 부문 정책으로, 종합적인 구성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청년들이 체감하고 청년이 겪은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실정임. 다시 말해, 청년정책이 있다고 할지라도, 청년정책이 ‘있다고 여기는’ 청년은 많지 않음.
청년정책의 낮은 인지도로 인해 대체로 행정에서는 청년정책 홍보에 집중하고 있음. 대표적으로 대통령 직속 청년특별위원회는 매주 대학을 방문해 취업 상담 등을 포함한 홍보를 진행했으나 청년들의 정책 인지도는 크게 향상되고 있지 않고 있음. 오히려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청년수당)과 같이 대표적인 정책 브랜드 또는 쟁점화된 청년정책에 대한 인지가 높은 것으로 미뤄보아 청년정책에 대한 일회성 홍보보다는 ‘잘 짜여진’ 청년정책이 홍보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임. 따라서, 청년정책의 체감도 증대는 홍보 예산의 규모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규모있는’ 청년정책의 시행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임.
하지만, 청년정책을 규모있게 추진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되며 실질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내실을 채우는 계획 수립 역시 수반되어야 함. 서울시 청년 주거 정책의 경우, 다른 청년정책 사업의 비해 규모가 크지만, 주거 정책의 특성 상 1인당 투여하는 예산이 클 수밖에 없으므로 실질적으로 청년 주거 정책의 대상이 되는 규모는 작을 수밖에 없음. 이러한 문제 인식에서 서울시는 공공만이 공급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주택과 같은 민관협력 기반의 주택 공급 모델을 신설했으나, 아직 공급 주체 역시 발아(germination) 단계에 있어 기대한 목표를 수행하기에 쉽지 않음. 2017 서울시 청년지원저책 중 주거분야 중 ‘맞춤형 공동체주택’과 ‘희망하우징(대학생 공공임대주택)’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간의 참여를 전제로 하는 임대주택이므로 공급량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민간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지원이 있어야 함.
2) 청년정책의 성과지표 재설정의 필요성
지방정부에 비해 재정의 활용 역량이 큰 중앙정부의 경우, ‘규모있는’ 청년정책을 실행하기에 비교적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음. 그러나 대규모적 시행은 실제 청년들의 욕구를 존중하지 않는 결과를 양산할 수 있음. 가령, 취업성공패키지는 구직 활동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정책 목표가 수료율과 취업률로 되어있고, 정책의 전달 방식이 사설 학원 및 기관 중심의 사업으로 인해 청년들의 다양한 구직 활동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으며, 구직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애로 사항, 대표적으로 자존감의 하락을 해소하지 못함.
최근 니트(NEET)의 증가가 보여주는 것처럼, 청년들의 전반적인 사회 참여 역량이 약화되고 있어 이를 제고할 수 있는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함. 이에 정책 목표의 재설정과 적절한 정책 수단을 매칭하는 것이 중요함. 대표적으로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청년수당)의 경우, 금전적 지원과 동시에 청년활동지원센터를 통한 비금전적인 지원을 실행하고 있으며, 청년활동지원센터는 청년이 겪는 정보 격차 해소, 다양한 기회 제공, 자존감 향상을 위한 상담 지원 등을 병행하고 있음. 이는 곧 청년정책이 숫자에 갇히지 않고, 실질적인 삶의 변화로 나아갈 수 있는 종합적인 청년정책의 모델을 보여줌.
청년 주거 정책의 경우, 공급량 달성에 급급하다 보면, 실제 정책 대상과 정책 수단이 불일치 하는 경우가 발생함. 대표적으로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이 있음. 문재인 정부 역시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으로 채택했는데, 역세권 2030 주택은 역세권 주변 민간 토지에 민간 기업(주로 건설업)이 주택을 지으면, 서울시가 용적률을 완화해 건물을 높게 짓게 하고, 이렇게 높아진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임. 서울시는 현재 7개 지역에 추진 중에 있으며 45곳 1만 6851호(공공 3241호, 민간 1만 3610호) 공급을 목표로 진행 중임. 용산구 삼각지역이 최초로 공급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 19㎡가 보증금 3950만원, 월 38만원이며 전세의 경우 9,485만원, 즉 약 1억원에 달함.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70% 이하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들의 소득 수준을 고려했을 때, 실제로 높은 수준의 주거비를 부담할 수밖에 없음. 서울시는 보증금 융자 확대를 통해 주거비를 경감시킨다고 하지만, 청년층에게 부채를 양산하는 것은 최대한 지양해야 하는 방안임. 무엇보다 도심 내 개발 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는 현재의 높게 책정된 주택 전월세 가격을 하락시키거나 인상을 지연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주택 가격을 단시간에 상승시키는 요인이므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다시 재검토해야 함.
이에 청년 주거 정책의 정책 목표가 공급량 확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부담 가능한 수준이면서 쾌적한 환경을 유지힐 수 있는 주택 공급 확대로 재설정되어야 함. 2004년 청년실업해소 특별법 이후, 청년 일자리 정책이 수에만 갇힐 때,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킬 수 있을 지난 10년동안 배웠으므로 이에 대한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함.
특히, 문재인 정부의 청년정책이 일자리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임.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 청년들이 원하는 청년정책이 ‘일자리’로 발신되는 것은 맞으나, 사실상 소득보장과 사회적 안전망 확충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일자리 창출에 급급하기 보다는 청년들의 다양한 욕구를 수렴할 수 있는 청년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보임.
2. 청년을 의미있는 시민집단으로 형성할 수 있는 기반 조성
1) 서울시 청년정책 수립 과정에서의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와 청년단체의 역할
서울시 청년정책네트워크는 청년정책위원회와 구별되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거버넌스의 주체임. 청년정책위원회와 같이 심의 기구(의결 기능을 포함하는 것도 고려 가능함)에 비해 청년정책 당사자인 청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청년들이 공동의 목표를 설정, 정책을 제안하는 과정으로 설계되어 있어 좋은 시민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함. 이 과정에서 청년단체들이 사실상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하며, 서로 학습하고 대화하면서 정책 제안을 하고 있음. 청년정책네트워크는 청년의회를 연1회 개최하며, 청년 당사자들이 직접 서울시 각 부처에 정책을 제안하고 이에 대한 답변은 주무부처는 해야 함. 청년의회를 통해 제안되고 채택된 청년정책은 다른 정책에 비해 인지도와 체감도, 그리고 호응이 상당히 좋은 편임. 이는 거버넌스는 권한과 책임의 배분이 정책 효과성 향상에 기여하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음.
이에 청년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하고 이 당사자가 동등하게 권한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함. 정책이 수립된 사후에 공청회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전에 욕구와 요구를 듣는 방식으로 정책 설계 과정이 바뀌어야 함.
2) 중간지원조직 등의 역할과 의의
이 과정에서 ‘청년허브’와 ‘무중력지대’와 같은 중간지원조직과 민간위탁기관의 역할이 상당히 높았음. 청년정책의 수립 및 실행을 위한 지원은 청년들의 사회 참여 역량을 강화시키는 데에 기여함. 중간지원조직은 자원을 배분하고 행정과 시민(청년)을 지원하는 기관이므로, 중간지원조직이 직접 청년을 시민집단으로 형성하는 것보다 청년이 시민집단으로 형성할 수 있도록 기반 조성과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함. 이는 곧 중간지원조직 설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간지원조직 설립과 동시에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경로를 동시에 열어줘야 비로소 청년 스스로 당사자의 이해를 조직할 수 있는 집단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함.
3. 부문화, 독립화된 청년정책이 민주적 가치와 조우할 수 있도록 제도 간 상보성 강화
1) 청년이 겪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명확한 진단의 필요성
청년이 겪는 사회문제의 핵심은 ‘전망’과 ‘기회’의 상실로 대표될 수 있음. 이를 증명하는 것이 저출산(생), 고령사회임. 청년들이 결혼, 출산 등과 같은 통상 생애주기 과업을 수행하지 안하거나 못하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도 있지만, 이 사회에서 현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가 누릴 사회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임. 이에 사회구조적인 접근에서 청년들에게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과 이 전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동시에 제공해야 함.
청년문제를 일자리, 주거, 부채 등 단편적인 통계로 파악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숫자 중심의 정책 목표를 설정하는 순간, 지난 10년간 저출산(생), 고령사회 대책에 수 조를 들이고도 해소되지 않는 현상을 반복하게 될 것임. 따라서 청년문제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인 접근을 토대로 청년문제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정책 목표, 정책 수단, 정책 원리를 고찰해야 함. 특히나 최근에 등장한 문제일수록 관련 선행 연구 및 선행 자료가 없으므로 정책 및 제도 형성기라는 것을 고려해 접근해야 할 것임.
2) 청년정책과 보편정책의 조우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불평등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임. 이는 비단 한국에마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임.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공공 지출 확대는 필연적임. 예산은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임. 청년정책이 부문 정책으로 독립되고 나서 꾸준히 제기되는 비판 중 하나는, ‘왜 청년인가?’임. 이는 곧 다른 사회적 약자와 자원 배분을 경합하는 문제를 낳고 있으며, 이는 청년정책의 목표와 대상 설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임. 따라서 청년정책이 다른 정책과 경합해 사회적 갈등을 양산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실제 사회적 갈등을 양산한다고 하더라도 정치(국회), 행정(중앙정부, 지방정부)이 이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켜야 함.
청년정책은 사회정책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민주적 가치와 조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함. 청년정책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음. 비단 청년정책만이 아니라 하나의 마스터키와 같은 정책은 존재하지 않음. 가령, 청년 1인 가구 주거 정책이 비단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다음 세대가 높은 주거비를 부담하지 않도록 공정한 주택임대차 시장 형성을 위한 보편적인 정책 역시 동시에 수반되어야 함. 만약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충에만 골몰한다면, 이는 결국 잔여적 복지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거나, 역세권 2030 청년주택처럼 높은 수준의 주거비를 공공임대주택에서마저 부담해야 하거나, 높은 주택 가격을 유지시키는 역설을 낳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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