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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유니온]/* 활동보고

청년정책, 청년이 직면한 현실을 깊이 마주해야 - 박향진

by 민달팽이유니온 공식계정 2017. 6. 20.


6월 13일, 국민인수위원회 광화문 1번가에서,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주최로 <청년>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 운영위원이자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수당 모임지기 박향진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2017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으로 어떤 현실을 마주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방향을 진솔하게 담았습니다. 청년정책은 청년의 현실에서 출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였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다양한 청년들과 주거정책의 출발이 될 청년들의 바람을 나눴습니다.

저는 청년수당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사업참여자로 선정되어서 50만원을 받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곧바로 사업이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그때, 청년이 어떤 마음을 느꼈는지 알기는 어려우실 것 같아요. 오늘 저는 다른 곳에서 이야기해본 적 없는 제 ‘마음’을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그것이 이 문제를 푸는 시작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이 원하는 정책을 만들었다고 하던데, 저는 또 한번 청년의 시도가 좌절된 것처럼 느꼈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이미 많은 실패를 경험했어요. 100군데 넘는 회사에 지원서를 넣고, 매번 탈락 이야기를 들었다는 친구, "내가 세상에서 쓸모 없는 사람인 것 같다"고 친구들은 어떻게 느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실패가 꼭 나쁜가? 그리고 그게 꼭 나의 실패인가? 그렇다고 만은 생각하지 않지만 100번의 실패 경험은 자존감을 낮추기에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런 실패가 저희를 옥죄는 것은 삐끗하면 낭떠러지인 세상입니다. 돈 벌기는 힘들고 원룸 하나 얻기는 비쌉니다. 우리는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쪼개 알바를 하고 월세를 내야 합니다. 사람보다 돈이 더 돈을 잘 버는 세상에서 저희는 자꾸 시간을 빼앗깁니다. 시간은 돌아오지 않으니 어쩌면 삶을 잃지요. 소득이 없는 시간은 빚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우리를 압박합니다.

그렇다고 취직을 하면 다 해결 될까요?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는 자기가 하는 일은 하청기업을 쥐어짜는 것이라고 합니다. 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도, 하청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도 불행한 이상한 구조입니다. 사회구조적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할수록, 일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록, 저는 왜인지 더 일하기 싫어집니다. '무기력해보이는 청년은 사실 불합리한 상황에 저항하는 것'이라는 책에서 본 문구가 떠오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주 익숙하게 들리는 뉴스가 있습니다. 청년의 자살. 그리고 하청 노동자로 위험하고 바쁜 일을 하면서도 낮은 임금을 받던 청년의 죽음. 이들이 잃어 버리는 삶, 그것보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요? 이런 상황에 놓인 청년의 ‘마음'을 단순히 “힘든 일은 하지 않고 놀고 먹겠다."로 표현할 수 있는 걸까요? 청년의 현실은 아주 시급한 문제로 다뤄져야  합니다. 그리고 해결의 시작은 총제적인 상황에서 느끼는 청년의 압박감을 해소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 입니다.

그럼 어떻게 청년이 다시 시작할 힘을 얻을 수 있을까요?
2차 청년수당 사업이 시작되었고, 저는 다시 사업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1차 사업이 취소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다고 느꼈습니다. 스스로 돈을 벌어서 무언가를 시도해보고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마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은 처음 50만원을 받으며 느꼈던 마음 때문일 겁니다. 사용처를 제한하지 않고 나에게 주도성을 주는 정책. 저는 이런 것들이 사회가 나를 믿고 지지한다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다시 청년수당을 신청하는 대신, 다른 일을 시작했습니다.

당장의 생활비 걱정을 조금 덜고, 오랜만에 듣고 싶던 강좌를 신청했어요. 그리고 이 돈으로 내 삶을 어떻게 나아질 수 있게 할까를 고민했습니다. 아마 그 50만원은 사실 돈이 아니라 제게 인간적인 삶을 보장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꼭 그런 강좌만이 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졸업이후에 저는 주로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여행지를 여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고 다큐멘터리라는 새로운 꿈을 꾼 계기가 되었습니다. 태국에서 만난 영국인 친구는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뉴욕으로 돌아가 잡지를 내는 일을 합니다. “너희 나라에선 이런 일이 많지 않지?”라는 말을 들으니 우리가 똑같은 일에 익숙해지는 동안 다른 이들은 많이 경험하고 느끼고 있구나싶었습니다. 저는 우리의 삶이 앞으로 빠르게 변화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은 더 다양하고 주체적인 활동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기존의 일자리 정책만으로 맞출 수 없는 우리의 삶입니다. 

청년실업의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주거문제, 노동환경문제가 이행기의 청년을 더 힘들게 만들고, 청년의 선택을 어렵게 합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청년은 자존감을 잃어갑니다. 청년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에서 정책의 시작점을 찾아주세요. 압박감을 만드는 환경을 함께 개선해주세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을 모색할 시간이고, 안정적인 환경입니다. 그래야 더 주체적으로 세상에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입니다. 일자리 정책에 청년의 시간을 가두지 말아주세요. 더 자율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청년의 삶을 보장해주세요. 그래야 청년들이 이들을 옥죄는 환경에서 벗어나 청년의 문제를, 또 다른 세대 모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박향진,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수당 모임지기 및 민달팽이유니온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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