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달팽이집 3호, 달그락(달팽이집, 그들의 樂)에 살고 있는 봄이에요. 지난 3월 1일, 열세 명이 살고 있는 달팽이집 3호, 달그락의 오픈 하우스가 있었습니다. 달그락은 3층 건물로 1층에는 커뮤니티실을 사이에 두고서 두 여인의 101호와 네 남자의 102호가 있고, 2층은 공용공간으로 빨랫터와 공부방이 있어요. 3층으로 올라오면 커뮤니티 주방과 거실을 둘러싸고 1인실 두 곳, 2인실 한 곳, 3인실 한 곳으로 총 일곱 명의 여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워낙에 구석구석 구경할 게 많은 우리 집의 특성을 살려 이번 집들이의 컨셉을 <달그락 탐험>으로 정했어요. 그간 우리 집이 집다워질 수 있도록 뭐라도탐사대로 리모델링 도와주셨던 분들, 또 몸은 멀리 있어도 우리 집에 관심 가져주셨던 모든 조합원 분들을 초대해, 우리 집이 공사 중이던 때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보고, 집안 각 공간의 특성과 식구들 각자의 색깔을 반영하는 미션을 하며 달그락의 일상을 함께 체험해볼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처음 들어와 마주치는 웰컴존에서 지문을 찍어 달팽이의 집을 만들고, 공기놀이의 신 혜지와 공기를 하는 게 첫 미션이었어요. 단 한 분, 은진님만이 혜지를 이겨서 꽃쟁이 혜지가 직접 만든 드라이플라워를 선물 받았어요. ‘그린 룸’을 표방하는 101호에서는 나영이 낸 분리수거 퀴즈를 시간 안에 맞히는 미션으로, 점수에 따라 저녁식사에서의 앞접시 크기가 달라졌어요. 가장 못 맞추신 분들은 간장종지에 밥을 드셔야 했는데, 그래도 다들 넉넉하게 드셨죠? 102호로 들어가면 샐러드의 여신 혜윤과 카나페를 만드는 미션이 있었는데요. 공평하게도 먹으면 먹은 만큼 다음 사람을 위해 만들어놓는 메커니즘이었다고 하네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센의 부모님이 떠오른다.) 옆에서 보조해주고 다른 층에도 날라준 경화 덕분에 맛있는 카나페 맛볼 수 있었어요! 그 옆 창현 방은 ‘뭐라도박물관’이라 이름 붙여, 뭐라도탐사대 때 사용했던 물품들, 입었던 의복, 당시 사진들을 간단하게 전시해 놓았어요. 보면서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셨길.
자, 드디어 2층입니다. 2층의 공부방에서는 ‘달그락 백일장’이라 하여 세정과 봄이 손님들께 ‘달그락’으로 삼행시를 짓는 미션을 드렸는데요. 어려워하면서도 다들 슥슥 잘 써주시더라고요. 삼행시를 쓰며 문학적 감수성이 깨어났는지, 그 다음 책 고르기 미션에서 몇몇 분들이 시집을 고르셔서 시도 낭송하면서 훈훈한 시간을 보냈어요. 이곳이 가장 있기 편안하다고 해준 분들이 계셔서 내심 뿌듯했습니다. 3층으로 올라가면 거실에서는 매우 어려운 추리 보드게임을 하면서 쉴 수 있었고(쓰고 보니 문장이 모순적이다), 그 옆 부엌에서 우리 집의 메인 셰프인 창현의 스페셜 메뉴 동파육이 공들여 만들어지고 있었어요. 3층에서는 방 네 개 중 1인실 솔아의 방만 공개가 되었는데요, 안쪽에 위치한 솔아 방은 불과 전날까지만 해도 던젼과도 같았으나 밤사이 정갈하게 정돈되어 영화 해리포터를 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아늑한 방이 되었다네요. 그렇게 해서 다 모인 저녁식사 시간은 마치, 잔칫날과도 같았어요. 함께 식사했던 분들은 연신 “집들이를 이렇게 하다니!”, “엄청 많은 걸 준비했어!” 하며 감탄하시더라고요. 식사 후 언어의 귀재(라고 쓰고 아재개그라고 읽는다) 세현의 좌중을 압도하는 진행으로, 방문해주신 분들과 집들이 선물 소개, 백일장 시상 등을 하며 집에서의 집들이를 마쳤어요.
어쩌면 이것저것 하라는 게 많아서 귀찮을 수도 있었을 텐데 다들 재미있게 참여해주시고 또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서 굉장히 행복했어요. 저는 이번 3호 입주 신청을 계기로 조합에 가입한 케이스라, 조합에서의 일들은 거의 달팽이집 입주하기 전 두 번의 워크숍과 달팽이집에서 지낸 두 달간의 일들이 거의 전부예요. 3호에서 사람들과 친해지고 함께 살아가는 문제만 생각하다가 집들이에 방문해주신 약 서른 명의 사람들을 보면서 이 집이 정말 여러 사람들의 손길과 관심으로 만들어진 거라는 걸 실감했어요. 타인을 통해 나를 발견한다고 하는데, 그동안 저는 입주자로서 집안의 일들에 골몰하느라 우리 집이 어떤 집인지 잘 모른 채로 지내온 것 같아요. 찾아와주신 조합원 분들로 인해 우리 집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들을 깨우칠 수 있었어요. 집들이 중에 누군가의 “아, 이렇게 살면 진짜 재미있겠다. 부럽다.”라는 말에 생각해 보니 제가 입주 초기에 공동 주거 생활에 기대했던 것들, 그리고 이렇게 시도하며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의 감사함을 많이 잊어버렸더라고요. 또, 2층의 빨랫터가 우리들이 제대로 향유하고 있지 못하는 미완의 공간이라 사용 아이디어를 포스트잇에 받아보기도 했는데, 저는 너무 가까이 있어 상상의 여지가 그만 닫혀있었지만 방문해주신 분들이 여러 가지 면으로 재미있게 상상해주셔서 그 자체로 활력소가 되었어요. 뿐만 아니라 곰팡이 문제에 대한 전문가급 조언, 건축계에 종사하시는 조합원 분에게서 우리 집의 건축적 상황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등 정말이지 시야가 넓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집들이를 함께 준비하고, 찾아와주신 조합원 분들을 함께 대접하면서 더 각별해진 ‘우리집 사람들’에게도 수고했고 럽럽한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집들이 후 이어진 뒷풀이에서 다양한 조합원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무척 즐거웠어요. 전, 끝까지 남았습니다. 마지막 두 분이 택시 타시는 것도 봄. 후기 부탁을 받고 어떻게 써야 하나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끝까지 남은 저는 아무래도 후기를 쓸 적임자였나봐요.
이상, 저는 봄이었습니다. 그럼 우리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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