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형 주거사다리 구축을 위한 주거복지로드맵” 및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민달팽이유니온 논평
[논평] 청년에게는 주거사다리 끝에 있는 특권이 아니라 누구나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합니다.
지난 11월 29일 국토교통부는 문재인 정부는 향후 5년간 실행할 주거복지 정책의 기틀과 청사진을 담은 ‘사회통합형 주거사다리 구축을 위한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어 12월 13일에는 주거복지로드맵에서 다루지 않은 임대차시장 투명성・안전성 강화를 목표로 한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거복지로드맵은 청년 일자리 부족, 저출산, 고령화 등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 맞춤형 주거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이전보다 다양한 형태의 주택을 공급하고 공급 물량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되는데, 임대주택 30만호 공급, 우대형 청약통장, 보증금 및 월세 대출 확대, 주거 관련 정보 제공 및 교육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은 그동안 민달팽이유니온이 주장한 차별과 공백이 없는 청년주거정책 실현을 위한 목표가 일부 담겨있어 긍정적이다. 이번 발표는 3~4인 가구에 비해 불리했던 저소득 1인 임차가구를 중요한 정책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저출산 대책의 관점에서 신혼부부와 함께 다뤄지던 청년의 주거 문제가 분리된 정책으로 다뤄졌다. 구체적으로는 대학생, 신혼부부, 사회초년생으로 제한했던 행복주택의 입주기준을 확대하여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대학원생, 장기구직자, 비정규직 청년 등을 포함하여 보다 많은 청년들이 입주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또한 청년주택과 기숙사 등 30만실 규모의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대규모 공적 주택 공급 계획과 맞춤형 정책은 이전까지는 없었던 긍정적 청사진을 제시한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과연 주거문제를 겪고 있는 청년들이 오를 수 있는 주거사다리일지 의심이 된다. 신혼부부에게는 공공임대주택 20만호와 지원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저소득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비 보조 정책을 제안하고 있는 반면에 신혼부부가 아닌 청년의 경우 ‘청년주택’ 이라는 이름의 공급 계획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실제로 행복주택을 포함한 공공임대주택뿐만 아니라 많은 물량이 ‘공공지원주택’ 이라는 이름의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기업형 임대주택의 공공성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서울시 역세권2030청년주택에서 드러난 문제와 같이 비싼 임대료와 공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문제를 그대로 지니고 있어 우려된다. 또한 소득에 비해 높은 주거비 부담으로 미래를 준비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주거비 보조가 아닌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신설과 전월세 대출지원 등 주택공급 외에는 대출 정책만이 있을 뿐이다.
기존에 제기되었던 행복주택 고액 임대료의 원인인 시세 기준의 임대료 산정은 발표된 청년주택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정책지원계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지원주택에는 감정가가 아닌 조성원가로 택지를 공급하는 안이 포함된 만큼 청년을 대상으로 한 행복주택과 공공지원주택의 임대료 산정도 공공성에 기초해 주거비 부담 능력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세 기준의 임대료 산정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민간임대시장이 적절히 통제되지 않는다면 시세 대비 저렴한 임대료가 실질적으로는 주거비 부담을 경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편,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정책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은 분명 보이지만 그것이 과연 실질적인 청년 주거문제의 해결인지는 다시 평가해 보아야 한다. 단적인 예로 청년 맞춤형 정책으로 주요하게 발표된 셰어형, 일자리 연계형 임대주택이 있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은 소득과 자산같은 경제적 조건 외에 도전이나 세대통합, 공동체 형성과 같이 새로운 가치를 생산할 것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청년에게도 집은 일반적으로 일하는 곳이 아니라 편안한 곳, 쉴 곳이어야 하지만 주거와 일자리를 연계한 주택은 창업이나 예술로 끊임없이 자기를 증명해야 하는 공간이다. 청년 임대주택도 다른 공공임대주택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가치를 생산하지 않더라도 제공되어야 한다,
13일 발표된 임대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를 통해 등록 임대주택이 ‘사실상’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등록하지 않은 임대주택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사실상’ 전혀 적용되지 않는 현재와 같은 상태로 방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보장되는 임대주택 등록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집주인에게 집수리 비용 지원,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임대소득을 제대로 내지 않는 집주인들이 많은데, 내지도 않고 있는 임대소득세와 비교한 세제혜택은 등록을 촉진할 수 있는 인센티브라고 보기 어렵다. 촉진 여부를 떠나서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정당한 일이 아니다. 그 동안 규제도 받지 않으면서 임대소득도 내지 않아온 다주택 임대업자에게는 세제 혜택이 아니라 정당한 세금 부과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가 밝힌 목표는 임기 내 45% 등록인데, 이 수치를 달성하더라도 나머지 55%의 민간임대시장은 ‘사실상’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이 적용되지 않는 곳으로 남겨두겠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
임차가구의 주거불안정과 가계부담의 심화는 단순히 임차가구의 고통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산층 또한 높은 주택가격으로 인해 상당 수준의 부채와 주거비 부담 문제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지금처럼 현실성 없이 높아지는 주택 가격은 경제의 가장 큰 적인 불확실성을 키워 감당할 수 없는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정부에서 주택임대차시장에 개입해 위기관리능력을 정부와 개별 가구 역시 키울 수 있도록, 세입자에게 갱신 권한을 부여해 비대칭적인 임대차관계를 조정하는 것과 동시에 공정한 시장 규칙을 형성해해야한다. 지금처럼 임대주택 등록 정도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가 적용된다면, 그리고 정권 말미에야 상황을 보고 적용하겠다는 건 문재인 정부에서도 청년 세입자의 주거는 권리가 아니라 집주인들의 잇속 계산, 정치적인 손익 계산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정부가 집주인과 세입자의 상생이라는 그림을 연출하고자 응당 누려야 할 권리인 주거를 시장 논리로 다루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점이다. 임대주택 등록은 계약갱신청구권의 경우 2년+2년+2년, 3년+3년, 계속거주 등 여러 안이 발의되어 모든 세입자에게 적용될 수도 있었지만, 이번 주거복지로드맵에서 임대주택 등록을 통해 ‘사실상’ 적용되면서 등록이 활성화되는 정도에 따라 세입자의 처지도 달라지게 되었다. 특히 민간임대주택 시장에서 청년은 정보의 비대칭성, 불공정한 권리관계의 설정으로 인해 세입자로서의 약자성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는 집단이다.
발표된 주거복지로드맵과 임대차시장 대책을 통해 바라본 문재인 정부의 청년 주거복지 정책은 주거사다리를 오를 수 있는 청년을 향해 있다. 월세에서는, 전세에서는 보장받지 못하는 주거권이 평생에 걸친 사다리를 올라 자가 소유에 다다랐을 때 주거권을 보장받는 사회에 지금의 청년들이 살고 있다. 내가 더 배불리 먹고살기 위해서라면 누군가가 2년마다 이사를 다녀도 전혀 상관없는 사회,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에 기숙사를 짓는 것도 반대하는 사회에서 주거는 권리가 아니라 사다리 끝에 다다라 주택을 소유해야만 보장받을 수 있는 특권이다. 하지만 주거사다리 끝에도 다다를 수 없는 청년들이 여전히 추운 이 겨울에 고시원과 옥탑방, 그리고 반지하에 존재한다. 주거사다리를 오르는 것도 누군가에겐 필요하고, 이들을 돕는 정책도 분명 정부가 해야할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주거사다리가 꽉 차서 순번을 놓친 사람들, 손에 힘이 없어 바닥에 멈춘 사람들, 오르다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도, 누구나 주거에 대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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