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향진 회원님은 지난 6개월여간 청년유니온 조합원이기도 한 안창규 감독님과 함께 [세월호 3주기 다큐 프로젝트] 에서 '승선' 작품의 조연출로 참여하였습니다. 이 글은 지난 다큐에 대한 후기이자 세월호 3주기 월간 민달팽이 특집의 기고글입니다.
나는 ‘혼자’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가끔 어떤 책을 떠올린다. ‘경계'는 인식을 위한 도구일 뿐이고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 내용이다. 책은 다 읽지도 못 했지만 가끔 주변의 일을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너’의 일을 '우리'의 것으로 여겨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2014년 4월 16일, 그렇게 연결된 내 세상의 일부가 침몰했다. 지금까지 나는 왜 아무 것도 안 했을까. 계속 그런 생각을 했다. 삶을 걸고 큰 희생을 하지는 않더라도, 그것이 작고 사소한 일이더라도, 무언가 바꿔보려고 노력했다면. 그래서 혹시나, 아주 작은 것이라도 바뀌었다면. 그랬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어느새 3년이 지났다. 어쩌다보니 세월호 3주기 416프로젝트의 스탭으로 참여했다. 나는 아주 작은 역할에도 몸 사렸지만, 많은 이들의 용기와 마음으로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추모하는 작품이 만들어졌다. 감독님의 배려 덕에, 또 무언가에 지쳐있던 나의 상황 때문에 사실 많은 도움을 드리지는 못 했다. 그럼에도 어떤 장면들은 생생하게 떠오른다.
동거차도에는 감시초소가 있다. 낮은 산을 오르면 나타나는 돔형텐트 두 동, 그곳에서 보이는 세월호 침몰현장. 유가족 분들은 인양작업을 지켜보기위해 그곳에서 지내셨다. 나는 달랑 카메라를 하나 들었지만, 어떤분들은 지게를 메고 산을 올랐다. 무거운 물건들은 지게 멘 어깨를 내리 눌렀다. 나는 1박2일일 뿐이었는데도 참 고생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해넘이, 해맞이 행사를 하는 동안에는 마음 속으로 '춥다, 무겁다'를 반복했다. 문득 찾아오는 슬픔, 함께 이곳에 와준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잠깐씩. 시간은 더디게 흐르고 추위와 피곤이 찾아왔다. 그러다 LED초를 밝히는 퍼포먼스를 하는 순간 생각이 스쳤다. 그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초를 켜는 것이라고. 그 초를 기억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뿐이라고.
그날을 돌이켜보며, 또 3년 전의 후회를 기억하며 작은 부탁의 글을 쓴다.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계속되도록 함께해주시기를. 그리고 마음 한편에 '우리'를 위한 초를 켜주시기를. 이 부탁은 부끄럽게도, 내 삶의 '언젠가’에서 덜 후회하기위한 것이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여러분에게도 그날을 기억하게하는 사소한 이야기가 되면 좋겠다. 또는 잠깐이나마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을 떠올리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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