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정승훈이라고 하고, 고향은 대구입니다. 지금 현재는 녹번동 백수입니다.(웃음) 녹번동에서 집을 지키며 백수를 하고 있어요. 서울에 올라온 지는 이제 6개월 정도 됐습니다.
이제 막 상경하셨군요.
네. 대구에서 학교를 마치고 제가 군대를 좀 늦게 갔다왔는데, 장교로 근무하고 마치고서 서울에 막 올라왔습니다. 이전 세 달 정도는 고시텔에 있었고, 나머지 세 달은 친구 집에 있다가 여기로 왔죠.
달팽이집 5호는 어떻게 알고 오시게 되었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활동을 했었어요. 관심이 좀 있다 보니까 군대에서도 민유 관련한 활동이나 페이스 북 보고 있었는데요. 서울 올라와서 혁신 파크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일단 임시로 고시텔에 머물게 되었지만 기왕이면 은평구에서 쉐어하우스나 주거공동체가 있으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옮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공공임대주택, 행복주택 관련해서 알아보다가 은평구에 (달팽이집이)공급된다는 걸 보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5호에 대해 소개를 좀 해주세요!
방을 기준으로 설명 드리면 2인실이 3개, 1인실이 3개로 6개 방에 총 9명이 있죠. 여자분 두 분과 남자분 4분이 2인실을 쓰시고, 나머지 여자분들이 1인실을 쓰고 있죠. 이벤트가 크게 보면 두 개 정도 있었던 것 같은데. 가장 큰 첫 번째 이벤트는 내가 살 방을 정하는거였던거 같아요. 아무래도 사람들마다 조금씩 기준이 다르고, 본인의 공간으로 1인실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까 다음 회의때 결정하자고 하고 제비뽑기를 했는데 애매하게 나온 거에요. 그래서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어요. 각자 꼭 필요한 부분과 안되는 부분을 이야기하기로 한 거죠. 2층 침대를 사용하지 못한다거나, 반려견을 키워야 해서 1인실이 필요한 부분, 남녀층 구분에 대한 논의라든가. 결국 이러한 논의를 거쳐서 지금과 같이 결정되었어요. (거실 한 액자에 있는) 저 동전이 역할을 하기도 했죠.
같은 층에 남녀가 같이 사는 게 불편하진 않으세요?
그런 부분이 있을까봐 많이 소통하려고 했어요. 불편한 부분을 말해주면 배려하겠다고요. 서로 간에 배려해줘서 편하게 생활하고 있어요. 수건도 같이 쓰기도 하고요. 속옷 바람으로 돌아다니지 않고 이런 것들 서로 잘 지키고 있고.(웃음) 점점 더 조금씩 편해지겠죠? 맞춰나가는 과정이에요. 전체 회의를 하기도 하고, 층끼리도 필요하면 “야 이야기하자” 하고 모이기도 하구요.
월 1회, 첫째주 월요일에 같이 모이는 반상회를 하고 있고요. 2층은 따로 안건이 생기면 그때마다 하기도 해요. 이 집의 가장 큰 장점은 커뮤니티 공간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1층 거실) 이런 공간처럼, 2층에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둘러앉아서 말 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사실 회의라고 하면 너무 딱딱하다고 느껴지는데, 물 마시러 나왔다가도 할 이야기가 있으면 거들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있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저는 제가 내내 아파트에 살기도 했고 이렇게 1, 2층이 하나의 현관을 쓰는 달팽이집은 또 처음 봐요.
그 점이 메리트가 있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모일 공간이 있는 것 같고, 집에 돌아왔을 때도 누군가 반겨주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보이고. 개인 생활에 필요한 공간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저 같은 경우는 개인 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그냥 방에 들어가서 웬만하면 해결되니까요.
인터뷰하러 5호집에 처음 딱 들어왔는데, 거실에 모두 둘러앉아서 음악을 듣고 계셔서 “우와-” 했어요. 요새 5호집 분들이 그렇게 같이 밥을 해 드신다고 들었어요.(웃음)
아 네. 제가 7월 1일자로 백수가 됐는데 그러고 바로 요리파티를!(웃음). 저는 해주는 밥을 먹는 곳에 줄곧 살다가 이제 막 요리를 배우고 있거든요. 이전 까지는 굳이 해먹을 일이 없다가, 여기 오고나서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어요. 제 스승님인 현미와 재범이 있죠. 재범도 요리를 잘해요. 특히 고기를 진짜 잘 구워요. 그리고 카레도 해줬는데 진짜 맛있었고. 나중에 꼭 한 번 오세요. 요새 저처럼 요리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힘이되는 백ㅇ원 선생님이 또 계시기 때문에(웃음). 서툴지만 그래도 맛있더라구요.
아까 제가 두 가지 큰 이벤트가 있었다고 했는데, 첫 번째는 방 정하는 거였고, 두 번째는 제가 퇴사한 날인데.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 벽이 분수가 되었더라고요. 그날 비가 갑자기 엄청 많이 내려서 호우경보가 뜬 날이었는데 난리가 났죠. 저는 집에 없었는데, 약속 있어서 나갔다가 (입주자들이 보여준) 동영상을 보고 부리나케 와가지고 두꺼비집 내리고, 적정기술과 통화하고 하면서 일단 조치를 했죠. 혹시나 해서 당분간 2층은 전기를 내려놓고 1층에서 전기를 끌어와서 썼죠. 1주일 정도는 전기 없이까지는 아니고 불 없이 살았죠. 비가 내리니까 벽에 빗물이 막 내려서 ‘통곡의 달팽이집’이라고 했어요.
저나 다른 분들 의견도 마찬가지인데, 전에 고시텔에 살 때 비가 왔으면 당장 집주인한테 전화를 했을 거에요. 근데 조합원으로 살다보니 우리의 공간이고 ‘내 집이다’ 이런 의식이나 소속감이 있으 ‘내가 어떻게 할것인가?’ 그거부터 먼저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도 약속이 있었는데, 다음 자리로 옮기는 시점에서 연락이 와서 지금 우리집에 난리가 났다, 가봐야겠다 해서 뛰쳐왔죠(웃음).
참 별 일이 다 있다 그죠. 이제 여름 지나고 또 겨울까지 살아보면 또 다른 일이 생기겠죠?
근데 또 하면서 배우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시설 담당을 맡고 있거든요. 당장 사태가 벌어졌을 때에는 혼란스러웠는데 경험해보니까 ‘집이란 것도 관리를 해줘야하는구나.’하고 알게 됐죠. 옥상에 올라가서 배수로도 정리도 좀 하고 시간나면 집 여기저기를 한번 씩 둘러보기도 하면서 어디 이상은 없는지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이벤트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티비에서 했던 것처럼 ‘인간의 조건’처럼 전기없이 살기 이런 것? 아직까지 집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는데 인터뷰 보고 “뭐라고!!”라고 할 것 같은데...(웃음)
5호집 분들과 처음에 들어오면서 워크샵 과정을 가지셨지요?
초반에 두 번 했는데, 그때는 다 모이지는 못했었어요. 마지막에 워크샵 할때는 한분 빼고는 다 모여서 각자 냈던 입주계획서 같이 읽고 하면서 서로를 좀 알게 되었죠. 그래도 그렇게 표현하는 모습과 실제로 살면서 모습은 또 다르니까, 살면서 부딪혀보자 이게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때 들은 것으로 그 사람을 단정짓고, 그 모습으로만 봐버리면 그 사람이 잘 안보이잖아요. 살면서 조금씩 더 친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룸메이트와는 잠드는 시간이 비슷할 때 누워서 같이 이런 저런 이야기하기도 하니까 제일 친해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민달팽이유니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사회적 가치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런 이야기 바탕으로 자기 살았던 이야기나 생각들 이야기하다보면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굳이 이 사람에 대해서 탐색하지 않아도, 이 사람들이 해왔던 일들을 보면 어떤 가치관이나 사고를 가진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다들 친해지고 있는 과정이고 지금 생활패턴 상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사람들이 좀 더 친밀한 것 같아요.
들어보면 5호집 분들이 달팽이집의 가치나 같이 산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굉장히 높다는 생각이 들어요.
네. 아무래도 두분이나 전에 다른 달팽이집에서 살다 오신 분들이 있으니까. 1호, 3호의 쑴이나 현미같은. 또 재범도 민유 활동을 꾸준히 하다가 들어왔으니까요. 그리고 혁신파크 근처다보니 관계된 분들이 많다보니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열려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만의 생각이에요(웃음)
솔직히 보통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살아갈 때 방문을 열고 다닌다는 게 흔하지는 않은 일 같은데, 저희는 서로 방문 안 잠그고 다니거든요. 사실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문을 열어둘 수 있다는 것이 저는 서로에 대한 신뢰의 작은 징표라고 생각해요. 점점 더 신뢰를 쌓아나가겠죠.
저는 집 들어왔을 때 느낌이 안정감 있는 매트리스 같은 느낌인데 공동체라는 것이 그런 것 같아요. 개인한테도 다 그런 부분이 있잖아요. 경험이나 주변의 친구들이 내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끔 완충작용을 해주는 그런 개인마다의 매트리스가 다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개인의 매트리스들이 작용을 못할 때가 있잖아요. 사회적 안전망이 없거나 상황에 따라 적절히 작용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요. 공동체를 만들어서 살아가는 게 또 하나의 어떤 매트리스를 만들어 나가는 것 같아요. 개인이 스스로 서 있는데, 그래도 부족하거나 어려운 부분이 생겼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 하나의 안정감 있는 매트리스가 또 하나 더 깔려있는 느낌인거죠. 아직까지는 뭐 저도 그만큼 마음을 다 주지도 못하고 그런 역할을 하지도 못하긴 하지만 조금씩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놓으면 누군가가 나가고 들어오더라도 여기서는 누구나 그런 역할을 같이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와 정말 중요하고 좋은 말이네요. 혹시 미리 대본 준비하신 것 아니죠?
제가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보니까 정리를 하게 되나봐요 (웃음)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참 신기한 일인데 그냥 방을 신청했을 뿐이고, 같이 공간을 형성했는데 시간과 추억을 나누면서 벽을 허물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거기에는 민달팽이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어떤 기본적인 신뢰가 바탕이 되어 있으니까 같이 워크샵도 진행하고 하는 것 같고요. 그리고 5호집은 솔아님이 커뮤니티 매니저같이 워크샵에서부터 매번 회의때마다, 그리고 지난 번 비온 날 사건 때까지 모이는 곳곳마다 함께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처음에 진행도 독려해주시고 아이스 브레이커 역할을 잘 해주셨던 것 같아요.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했던 것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벽이 조금 무너지고, 좀 더 다가가도 되겠구나 하는 걸 민달팽이가 만들어준 것 같아요. 이상적인 말일수도 있지만, 작은 연결이 좀 더 커지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런 공간 안에 있기 때문에 마주침에서 생기는 정도 신뢰도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신뢰의 연결고리들이 더 많아지고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런 것들을 민유에서 더 많이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조합원이 된 지도 얼마 안됐고 활동도 아직 많이 못하고 있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금, 조금씩 더 참여하고 넓혀나가면 좋겠네요. 민유 파이팅!
'[월간민달팽이] > * 월간민달팽이 회원 조합원 기고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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