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재범님!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민유에서 여러번 자기소개를 해봤지만 온라인으로 자기소개를 해보는 건 또 처음이네요. 저는 박재범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구요. 나이는 28이고요. 민달팽이유니온에 가입을 정확히 언제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번 총회 전에 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온라인으로 소식만 접하면서, 계속 간을 보고 있었어요. 언제 나가야 좀 편하게 나갈 수 있을까? 약간의 두려움, 호기심 등등이 섞여 있는 상태에서 4월 16일에 처음 나가서 만나뵙게 되었어요. 지금 첫 모임 나온 이후에 2주가 조금 안됐습니다.
근데 짧은 시간동안 우리 너무 밀도 있게 만난 거 아닌가요? (웃음)
처음 모임 나온 지가 20일도 안됐지만 지금 이달의 회원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는 고속 승진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반갑습니다!
굉장히 충실하고 성실한 자기소개였어요. 전에 듣기로 민달팽이유니온은 검색해서 아셨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어떻게 우리가 만나게 되었나요?
시민단체, 비영리단체 등등 뭔가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마땅히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처음에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이거 뭐 맛집 알아보는 것도 아니고 어색하더라구요.(웃음)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건 또 다르더라구요. 그러고선 잊어버리고 지내다가 엄청나게 우연한 계기로 민달팽이유니온 사이트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사실 목적은 민유를 알아보려던 게 아니라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에 정말 우연한 계기로, 클릭클릭의 우연함으로 들어갔는데요. 아시겠지만 민달팽이유니온 공식 홈페이지에는 접속이 안돼요. 원래는 들어갔다가 뭔지만 보고 끄고 다른 일을 하려고 했는데, 접속이 안돼서 ‘뭐야 왜 안돼’ 하면서 오기로 블로그를 들어가서 더 자세히 보게 된 거죠. 처음에는 이름만 듣고 무슨 디자인 동호회인줄 알았어요. 아니더라구요.
정말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되신 거네요. 근데 주거문제를 다루는 단체인 줄 알게된 거고, 그 길로 가입하신 거에요?
네 신기하게 그렇게 됐네요.
그러셨군요. 총회 전에 가입하셨는데, 총회 때는 못 뵌 것 같아요.
안그래도 신청은 했었는데 그 날 너무 아파서 못갔어요.
그 때 오셨으면 총회가 첫 모임이셨을텐데, 두어달 후에 416 2주기 추모 모임에서 처음 뵈었네요. 인상적이었던 게 평소에 세월호 집회에 혼자 자주 가신다고 했는데 다른 사람들과 이렇게 같이 나오는 게 처음이라고 하셨어요.
네. 딱히 같이 갈 사람이 없고 하니까 혼자.. 특히 세월호 집회를 좀 다녀봤는데요, 개인적인 이유가 좀 있어요. 아주 친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 세월호에 희생자 중에 단원고 선생님이었던 분이 있어요. 그 분이 중학교 2학년 때 저랑 같은 반 친구였어요. 같은 반일 때 많이 말을 하고 왕래가 있는 친구는 아니었어서 이후에 어떻게 살고 이런 걸 전혀 몰랐죠.
뭐.. 그 친구 소식을 들으면서 특별히 많이 더 슬프다기 보다는 이게 되게 멀리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아주 평범하고 중학교 때 나랑 같은 반이었던... 기억도 나거든요 어떻게 생겼고 말투도 어떻고 대충 기억이 나는데, 그런 사람이 이렇게 사고를 당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이 세월호를 보면서 ‘이게 특정 300명의 사건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사건이다’라고 말하는 게 처음으로 머리가 아닌 정서적으로 동감이 됐어요. 되게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세월호 집회나 이런 거에 관심 많고 혼자 나간 건데..
근데 사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나가도 혼자 한 세시간 앉아있고 서있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이렇게 있는 게 힘들더라구요. 내가 거기서 느끼는 것들을 누구와 이야기할 수 없고 혼자 집에 가야하고 이런 것들이.. 그래서 뭐랄까.. 재미가 없었죠. 장례식장 가도 사람들이 많이 있고 일부러 북적북적한 게, 인간이 한없이 슬프기만 할 수 없으니까 그런거잖아요. 마침 민유에서 같이 2주기에 간다길래 한 번 와봤어요.
같이 가보니까 좀 다르던가요?
진짜 지루하지 않더라구요. 생각해보면 혼자 갔으면 헌화 줄서는 것부터.. 그냥 가만히 몇 시간을 혼자 서 있어야 하는데. 물론 견디긴 하겠지만 지루하고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도 잘 안 들렸을거에요. 같이 가니까 그 자리에서 시민분들이 나눠주는 거 읽고 서로 얘기도 하고, 그러다가 자기 사는 얘기도 하고. 그런 게 좋더라구요.
작년에는 저희가 모임을 열어서 세월호 관련한 글들도 읽고 서로 생각 나누고 이런 걸 많이 했었어요.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니까 그 때도 미리 알았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올해는 같이 이야기를 좀 했더니 좀 나은가요 어때요?
네. 저도 인간관계가 나쁜 편은 아니라 친구들이 없는 편은 아닌데.. 사실 이런 사회적으로 민감하다는 이야기를 친구들과 하기까지가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저의 생각을 말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가 별로 없고.. 아 그런 거 보면 인간관계가 별로 안좋은 것 같기도 하고?(웃음)
그나마 사회 정치문제에 관심이 있고 엄청 보수적인 친구랑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나머지 친구들은 싫어하죠. 제가 생각했을 때는 사실 평소에 친구들이랑 대화에 내용이 없어요.(웃음) 뭐가 좋다 나쁘다는 아니에요.
그러다가 민유에 와보니까, 모두가 뜻이 같을 순 없고 스펙트럼도 넓지만 그걸 어느 정도 서로 인정도 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았어요. 친구들과 깊이 있는 대화에 이르기까지 필요했던 시간이 백분의 일로 단축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안 친한데 대화가 잘 되고.. 사실 저는 그런 경험이 좀 이상했어요.
뭔가 숨통이 트이셔서 자주 나오시는 느낌인데요(웃음). 세월호 2주기 이후로 자주 뵈었잖아요. 4호집에도 자주 나오셨다고 들었어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세월호 2주기 갔더니, 다음날인 일요일에 신촌 어떤 카페 지하 목공소에서 은혜님이 다 재단해놓으신 목재로 4호집에 들어갈 식탁이랑 의자 겸 서랍장을 만드는 게 있다고 해서요. 다음날 거기 가서 그 가구를 같이 만들었어요. 사람이 많이 와서 금방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주 토요일에 바로 그 4호집에서 공작단 해단식 겸 오픈기념식 같은 큰 행사가 있다고 하는데, 준비가 많이 덜 된 것 같길래..(웃음)
쉬신다는 월요일 빼고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쭉 갔는데요. 금요일은 눈치가 보여서 못 갔어요. 제가 매일 가니까 다들 저한테 너무 미안해하시더라구요. 억지로 온다고 생각하신건지 뭔지 모르겠는데..(웃음) 저는 처음에 4호집의 청소 상태 같은 것들을 보고 내심 ‘그 주 토요일에 파티는 못한다’고 거의 확신을 하고 있었는데. 학교 갔다가 저녁에 가보면 하루하루 어떻게든 나아지고 있더라구요. 결국 실제로 사람이 입주를 하는 걸 보고 정말, 정말 놀랐어요. 만약에 처음 시작부터 같이 했으면 정말 엄청난 경험을 했겠구나 싶었어요.
민달팽이유니온도 우연히 검색을 통해 알게됐는데 바로 가입하시고, 달팽이집도 세월호 집회나와서 알게됐는데 그 이후로 내내 같이 만드시고.. 실천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진짜 엄청나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요. 되게 반대에요. 되게 소심하고 망설임이 많고 눈치도 많이 보고.. 남들 눈에 안띄려고 하고(웃음). 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 왜 여기 이렇게 ‘누가봐도 열심히’ 나오냐하면,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좋은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의 소속감이 들어서인 것 같아요. 아이.. 사실 제가 나온 지 20일도 안돼서 자신있게 말씀드리기 좀 민망하긴 한데 민유에 나오는 사람들이 좋아요.
밀도있게 민달팽이유니온 활동을 함께 하고 계신데요, 어떠세요?
사실 저는 개인적인 성향도 그렇고, 제가 속해있는 사회에 가족까지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습관이 있어요. 그래서 민달팽이유니온을 처음에 봤을 때도 사실은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나왔어요. 옛날에는 집을 반드시 지어서 살아야했잖아요. 근데 집을 지으면 아주 작게 대충 짓더라도 어떻게 지어야하고 방은 어떻게 나누고 이런 걸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이지만 요새는 집을 어떻게 얻고 어떻게 꾸밀지 정도를 고민하지만 그 깊이가 예전과 다른 것 같아요. 팍팍한 상황으로 인한 주거 문제도 많지만, ‘집’ ‘사는 것’ 자체에 대한 고민을 안하고 살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입을 하게 됐고 활동을 하려고 나오기도 한거에요.
근데 사실 기대 안하고 나왔는데 달팽이집을 보면서 정말 놀랬어요. 생각보다 굉장히 놀랬어요. 저는 비영리 단체나 시민단체에 대해서, ‘갇혀있다’는 개인적인 편견이 좀 있었어요. 사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미지만 좀 그렇게 갖고 있었던 게 있어요. 그래서 ‘목적이 뭐지?’ ‘불분명하다’ 이런 느낌도 많이 있었구요. 근데 민유에 와서 달팽이집을 보니까, 주거 문제가 심각하니 정책도 보고 사각지대 발굴하고 여기에서 더해서 그런 현실적 조건을 수용하고 이 현실 위에서 우리가 하려고 했던 ‘우리의 집’을 짓고 같이 살아가는 거에요. 달팽이집은 민유가 주거 문제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해 엄청난 고민 끝에 나온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까 민유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무슨 공상 속의 떠다니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아주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렇게 완성되는 달팽이집이 벌써 4,5,6호 이렇게 된다니까 놀랬어요. 입주조합원들을 보고 더 놀랜 건,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도 아닌데 핵심적으로 가치들에 대해서 공감하고 사는 사람도 있고, 그냥 '이런 집이 있구나' 하고 소식을 듣고 와서 가입을 하고 와서도 달팽이집에서 계속 서로 이야기하고 이렇게 잘 살고있고.. 다양한 직업들을 가진 사람들이 와서 살고있더라구요. 그래서 되게 놀랐어요.
저는 시민사회의 여러 활동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가 활동가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반 시민들도 뜻을 같이하고 토론하고 같이살고 이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절대적인 기준을 정하고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달팽이집에 살려면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이 여러번 만나서 이야기하고 맞춰나가고 해야하는 과정이 좋아요. 이 집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같이 맞춰나가는 과정이 있고 또 실제로 입주를 하는 것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게 참 놀라웠어요.
민달팽이유니온 활동의 의미를 이렇게 회원님이 생각하는 회원님의 말로 들어보니까 참 많은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다른 회원 분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민유가, 되게 작은 단체였다가 스케일이 점점 커지고 있잖아요. 600번째 회원도 어느새 생겨나시고.. 저는 단체가 이렇게 커지는 게 어떻게 보면 참 무서운 일이다 싶기도 해요. 전에 제가 작은 밴드를 하나 만들었는데 그게 커지고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했던 것들이 떠오르더라구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원래의 의도와 다르게 갈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걱정도 좀 드는데요. 너무 기본적인 이야기 같지만, 그럴수록 전보다 더 많은 더 다양한 사람들이 왜 모이는지, 무슨 생각하는지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처음에는 간봤는데(웃음) 나오니까 재밌어요. 더 오래 나와보고 별로인 점이 막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 그것도 같이 이야기해봤으면 좋겠어요.(웃음)
'[월간민달팽이] > * 월간민달팽이 회원 조합원 기고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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