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유니온은 세입자가 임대인(집주인)과 평등한 관계를 맺기 위한 프로젝트, <민달팽이유니온 계약서 새로고침>을 시작합니다.
여러분은 처음 집을 구할 때의 기억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막막하고 제가 몹시 모자란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겨우 겨우 부모님께 부탁하고 스스로 아끼며 모은 보증금 500만원과 한 달 월세 30만원을 들고 갈 수 있는 집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부동산에서는 많은 집들을 보여줬지만 거의 다 반지하였습니다. 혹은 건물 밖 비상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지만 갈 수 있는 옥탑방이었습니다. 혹은 모아둔 보증금을 월세로 낸다는 생각에 고시원을 가거나 말입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내가 가진 보증금의 크기만큼, 내가 낼 수 있는 월세의 금액만큼 내가 볼 수 있는 세상의 높이도 결정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제가 느낀 친절의 크기 역시 돈으로 결정된다는 것을요. 그래도 다행히 좋은 중개인과 임대인을 만나 첫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제 모습을 떠올라보면 애써 찾은 이 집을 놓칠까 전전긍긍하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싶어도 주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고장이 나면 내가 전부 책임져야 하는 것인지, 혹시 낡은 기계나 집때문일 수는 없을지 고민이 들었지만 물어보지 못한 채, 정확히 말하면 합의하지 못한 채 계약을 완료했습니다. 집의 우풍이 심하지는 않은지 혹시 습해서 곰팡이는 피지 않는지 이웃은 누구인지 궁금한 것이 참 많았습니다. 이런 궁금증은 이사와 새로운 계약을 맺고도 쉽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중개인과 임대인에게 묻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소심한 제 탓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세입자로서 집에 대한 권한이 너무나도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여나 이 집을 놓칠까봐 임대인이 재계약을 해주지 않을까봐 묻지 못했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이런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힘이 주는 곳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집에 대해서 과감하게 묻고 부족한 것은 요구하고 임대인이 책임져야 되는 것은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저 한 사람의 큰 용기를 빌리지 않아도 누구나 집과 관련해서 맺는 관계는 평등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시작합니다. 어렵사리 들어간 집에서 여러분의 삶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안심하고 오래 살 수 있는 집이라면 어떨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지난 11월부터 시작된 <민달팽이유니온 계약서 새로고침>은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새로운 계약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청년들과 함께하기 위해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가려 합니다.
3월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기대해주시면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간단한 설문조사를 부탁드립니다. https://goo.gl/TX2X5Q
함께하면 규칙이 바뀝니다. 함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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