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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유엔 해비타트 3차 회의 참관기]세계 흐름에 역행하는 한국의 도시 정책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1. 10.

[기고 / 유엔 해비타트 3차 회의 참관기]세계 흐름에 역행하는 한국의 도시 정책


결국 핵심은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어떻게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제 한국 정부는 스스로 돌아보고 대답해야 한다.


“세계로 가는 기차 타고 가는 기분 좋지만 그대 두고 가야 하는 이 내 마음 안타까워.” 들국화의 ‘세계로 가는 기차’ 노래 일부다. 10월 17~20일 도시권(Right to the City)에 대해 전 세계가 논의하는 장인 유엔 해비타트 3차 회의(이하 해비타트 3차)가 에콰도르 키토에서 열렸다. 부푼 꿈을 안고 떠났지만 시민의 권리를 두고 온,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 채 과거에 집착하는 한국 정부를 보고 나서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돌아왔다. 


유엔 해비타트는 사회적·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고 인류에 적절한 쉼터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유엔 산하기구로, 1976년 이래 20년마다 공식 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1976년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린 1차 회의를 시작으로 1996년 터키 이스탄불에 이어 올해 키토에서 열렸다. 이번 3차 회의는 ‘지속가능도시 구축’을 위해 새로운 도시 의제(NUA)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이행계획이 논의됐다. 


1·2차에서 전 세계 각지의 주거문제를 다룬 해비타트 회의는 3차에서는 도시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모든 시민은 누구나 도시에 대한 기회와 권리를 동등하게 가진다’는 도시권을 포함한다. 구체적으로는 ‘포용적인 도시’, ‘기후·재난 등 위기로부터 회복이 가능한 도시’, ‘안전한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 ‘참여가 보장된 도시’, ‘일상적인 기능이 압축된 도시’가 제안됐다. 특히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한 도시정책의 성장이 논의됐다.


한국 정부는 여전히 국가 중심의 계획과 경제성장의 도구로서만 도시와 도시정책을 이해하는 낙후된 사고를 보였다. 회의가 열린 4일 내내 한국 정부는 세계의 흐름과 확연하게 동떨어져 있었다. 한국 정부는 해비타트 3차에서 한국의 ‘스마트시티’를 홍보하는 전시관 1개, 한국의 비공식주거(달동네와 판자촌을 연상하면 된다)의 해소 사례 소개, 한국의 스마트시티를 홍보하는 토론회를 각각 개최했으며 총회에서 김경환 국토교통부 차관이 대표연설을 했다.




경제성장의 도구로서의 낙후된 사고 


한국 정부를 에콰도르에서 처음 만난 건 17일에 열린 ‘비공식 주거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가? 한국의 전략과 남아메리카 전략의 비교’ 토론회였다. 대표로 나선 국토연구원은 지난 40년의 한국 주택정책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줬고,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경제발전과 신도시 정책을 성공적으로 평가하며 사진을 통해 소개했다. 전쟁 직후 처참한 도시의 모습과 옷은 해져 있고 신발은 신지 않은 채 거리를 다니는 아이들이 그려진 1950년대, 한강을 배경으로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높아진 빌딩을 보여주는 1960년대와 1970년대, 공격적인 신도시 개발 시기인 1980년대와 1990년대,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00년대는 ‘이명박과 오세훈의 심시티’라는 풍자가 일었던 서울시의 뉴타운 정책과 함께 신도시 3기로 인천 송도와 세종시를 우수 사례로 꼽아 소개했다. 국제사회가 새로운 도시 의제를 고민하며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임할 때, 한국 정부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늘 그렇듯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적인 강제퇴거와 그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현장들은 소개되지 않았다. 


국토연구원의 발표가 끝나고 나서 질문이 쏟아졌다. 한 외국인 참석자가 “한국에서 소개한 신도시 정책은 퇴거를 전제로 한 것 같은데, 퇴거 이후에 시민들의 저항과 부정적인 결과는 없었는가”라고 묻자, 국토연구원은 “퇴거하는 과정에서는 물론 문제가 발생했으나 결과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으로 시민들이 만족해 하고 있다”고 답해 현장에 있던 한국 시민들에게 큰 절망감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절망에 쐐기를 박은 것은 김경환 국토교통부 차관의 해비타트 3차 총회 연설이다. 다른 나라 정부 대표에 비해 발표시간이 짧았음은 물론 내용도 부실했다. 한국의 빠른 도시화, 급격한 경제성장, 소득 증가 상황을 설명한 후, 이를 통해 축적된 자본과 인적 자원으로 신도시·뉴타운 등의 국가 차원의 도시정책을 추진했다는 점을 소개하며 스스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IT 기반의 스마트도시를 통해 기후변화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도시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비타트 3차에서 논의되고 있는 도시권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지방분권과 시민 참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이행 의지와 이행계획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한국 민간위원회는 해비타트 3차 마지막 총회에 시민사회를 대표해 한국 정부의 입장의 한계를 지적하며 변화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시간만 역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나아고자 하는 새로운 도시를 오해하고 있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새로운 도시 의제로 스마트시티를 꼽았다. 기술적·물리적 측면의 국가 주도 대규모 도시개발 모델을 강조했는데, NUA의 기본적인 패러다임뿐만 아니라 배제하지 않는 포용,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위한 ‘스마트 시티’ 개념과 동떨어져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있었다. 18일 국토연구원이 주관한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스마트시티 전략과 데이터 혁명’ 토론회에서 세계은행의 빅토르 베르가라 수석도시담당관은 한국 정부의 접근방식이 새로운 도시의제가 말하는 상향식의 포용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스마트시티 개념과 완전히 다르다며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반대로 해비타트 3차에 참석한 한국의 비정부기구(NGO)들은 에콰도르 현지에서 세계 시민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협력의 물꼬를 텄다. 2015년부터 주거·환경·거버넌스를 주제로 활동하는 시민단체 42곳을 중심으로 한국 민간위원회를 구성해 도시권의 관점에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정책 및 현실을 평가하고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현지에서는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과 한국 민간위원회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에콰도르의 지역공동체도 직접 방문해 강제퇴거 위기에 놓인 그들과 연대했다. 


비판 받은 국가주도 대규모 개발 


‘유엔 해비타트 3차에 저항하는 사회 포럼’도 열렸다. 해비타트 3차가 표면적으로는 시민사회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는 있으나, 구체적인 체계와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선언적 수준에 불과하고 현재의 불평등을 해소할 구체적인 입장이 없다고 비판하며 전 세계 시민사회가 협력해 주최하는 포럼이다. 민달팽이유니온, 우리동네사람들, 오늘공작소가 ‘청년의 주거권과 새로운 사회적 약속’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의 도시개발정책이 오늘날 청년의 주거권을 어떻게 제한하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패러다임과 청년활동을 소개했다. 60여명이 넘는 참석자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지구가 겪고 있는 저성장·불평등 심화를 해소하기 위한 목표와 방법에 대해 토론했다. 




마지막 날에는 강정마을 주민, 활동가와 함께 ‘생명평화 100배’를 진행했다. 한국 민간위원회는 노란 옷을 입고 검은 풍선을 들었다. 스마트시티를 주창하며 안전을 강조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도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한 정부, 도농 간의 격차가 심화됨에 따라 농민들의 안정적인 생활과 권리 보장을 요구한 목소리를 무참히 짓밟아 결과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고도 사과할 줄 모르는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한국 민간위원회의 활동은 에콰도르 중앙 언론에 보도되었고, 국제사회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다음에는 세계로 가는 기차를 타고 기쁠 수 있을까? 한국 정부와 같은 꿈을 꾸고 다녀올 수 있을까? 지난 4일 동안 내내 에콰도르에서는 수없이 많은 권리의 증언이 쏟아졌다. 홈리스, 빈곤층, 강제퇴거를 당한 사람들의 현장이 참석자들의 마음에 펼쳐지는 시간이었다. 인권의 관점에서 도시를 해석하고 우리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자리도 크고 작은 모임에서 이어졌다. 결국 핵심은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어떻게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제 한국 정부는 스스로 돌아보고 대답해야 한다. 신도시 개발과 스마트시티만 남은 채 목표는 사라지고 수단만 남은 한국 정부의 도시정책은 질문을 던지는 힘을 상실시켜 왔다. 앞으로 세계는 20년 동안 매 4년마다 새로운 도시 의제로의 이행을 추진하고 계획을 점검한다. 2017년에는 유엔 해비타트 사무총장의 첫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한국 정부가 부디 과거로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부단히 붙잡아야 하는 과제는 우리 모두에게 남아 있다. 모든 도시 개발보다 권리가 우선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유엔 해비타트 한국 민간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


원문보기: https://goo.gl/RyZik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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