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의 초청을 받아 여성, 아동 안전 정책 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여성 주거 정책에 관련하여 주거 안정과 주거 안전을 확보하는 정책적 방향 및 전략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아래에 발제문을 공유합니다.
여성 청년 가구의 주거안정 및 주거안전을 위한 정책적 방향 및 전략
민달팽이 유니온 세입자네트워크 팀장 임경지
minsnailunion@gmail.com
1. 들어가며 : 감시에 맡긴 안전, 주거불안정만 높이는 현실
여성 1인 가구, 특히 20, 30대의 비혼 여성은 생애주기적으로 가장 많은 노동 소득이 기대되는 유일한 세대이지만 주거 안정 및 주거 안전에서는 여전히 취약하다. 이는 이미 비싼 주택 가격의 문제도 있지만 안전한 주거 지역 및 주거 공간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인한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높은 주택 가격을 지불하고도 그 안전은 친밀성과 돌봄이 삭제된 채 일시적이고 사후적인 감시로 인해 얻은 것이다. 이는 성인지적 관점에서도 유효하지 않으며 여성의 안전 역시 보장받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도 문제적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번 안전의제 공모사례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주로 여성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주거 지역은 1)대도로 주변, 2)CCTV 설치, 3)경비원이 상주하는 곳이다. 대도로 주변의 높은 지가와 CCTV와 경비원 상주에 따른 관리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기에 안전한 주거지는 더 비싼 주거비로 연결된다. 이는 여대 주변 오피스텔이 다른 대학가 주변 원룸 및 오피스텔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거래가 되고 있음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여성 전용 오피스텔’, ‘여성 안심 주택’의 건립만으로는 여성의 주거 안정 및 주거 안전을 해소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비싼 주택 가격을 지불하고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오히려 주거는 더욱 불안정해지고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에서 실시한 안전의제 공모 사례를 살펴보면 여성 1인 가구의 경우 사생활을 우선시 하면서 안전에 대한 요구가 높다. 또한 비혼 여성의 경우 특히 ‘혼자 사는 여성’임이 알려지면 범죄의 주요 대상이 되기에 지역사회에 참여하기를 꺼려해 사회적 배제를 야기시키기도 한다. 때문에 여성이 더 높은 주거비용을 부담하지 않고서도 안전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활성화는 필수적이지만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여성 1인 가구의 현황 및 인식 (정의당 안전의제 공모전 사례 중 발췌)
1. 가장 우려되는 위협으로 전부 성폭력으로 응답
2. 밤길에 대한 위협이 가장 크지만 지자체에 대한 별다른 기대가 없음.
3. 특히 1인 가구 여성들이 살고 있는 저렴한 월세방의 경우 안전 대책이 거의 없음.
4. 지역 내에서 소외되기 쉬움. (‘혼자 사는 여자’라는 것이 알려지면 범죄 타겟이 되므로 되도록 숨기려 하고 지역 커뮤니티 참여를 잘 하지 않음.)
5. 커뮤니티 참석 의향은 있으나 지나친 사생활 개입은 없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음.
2. 여성 청년 가구를 위한 성인지적 관점의 주택 정책
하지만 여성 1인 가구라고 해서 모두 같은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것은 아니며 가구원 수와 상관없이 여성 대다수는 사회적 권력과 힘의 차이를 이용하는 여러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나 가정폭력의 경우 남편이 가해자인 경우가 대다수이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본 글에서는 여성 1인 가구, 그 중에서도 20, 30대 여성 청년 가구의 주거 안정 및 주거 안전 정책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함을 주장할 것이다. 또한 이 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위한 전략을 기술할 것이다. 특히나 무성화되어왔던 주택 정책이 성인지적 관점을 수반했을 때 경제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높은 정책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설명할 것이다.
정의당 지방선거 3대 공약 해설자료 중 <여성․ 어린이 안전 골목>의 공약은 다음과 같다. “범죄예방디자인, 공유주택, 보행안전등 및 비상벨 설치, 성인 대상 성폭력예방교육” 등 실시하고자 하는 정책의 배경, 정책 추진을 위한 기초조사 등은 탄탄하나 이를 집행시키기 위한 전략이 부재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여성과 아동은 대부분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모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고 밀려나거나 우선순위에 높게 있다해도 대부분 사회에서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머무르기에 장기적으로 여성의 자립, 청소년의 자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여성과 아동에 대한 정책을 추진하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여성과 아동이 끊임없이 약자임을 증명해야 하며 이는 오히려 차별적 호혜를 불러 일으켜 여성과 아동이 사회에서도 중요한 존재라기 보다는 잔여적 존재로 머무르게 될 확률이 높다.
때문에 주택정책 전반이 성인지적 관점으로 재편될 필요성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이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며 향후 건설되는 주택에서 돌봄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도록 지역 커뮤니티가 제3섹터에 의해 활발하게 전개될수록 지원 여건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노후화된 임대 주택의 경우 물리적인 개보수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관리도 필요하다. 이는 임대주택 거주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팽배를 해소하고 임대주택에 살고도 하루빨리 나오고 싶은 입주자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필요하다. 이는 비단 임대주택 거주자에게만 혜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택정책의 성인지적 관점 전환을 통해서 여성 청년 가구에 대한 정책 도입에도 많은 사회적 저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일베, 남성연대 등 ‘여성혐오’, ‘역차별’ 정서가 확산됨에 따라 여성 정책에 따른 치밀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3. 청년 여성 가구 정책 수립 및 목표 달성을 위한 전제 조건 3가지
1) 정책 우선 순위에서 배제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저항을 최소화하는 전략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확산되고 외환위기 이후 남성의 경제력 상실로 남성 생계 부양자 모델이 무너지면서 경제력을 비롯한 권위를 잃은 남성들의 여성들에 대한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사회적 권력과 힘의 차이에 기반해 이미 존재하던 폭력과는 별개로 여성들에 대해서 또다른 혐오 정서가 ‘김치녀’, ‘된장녀’ 등으로 새롭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노는 주로 20, 30대 여성들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여성 청년 가구를 지원하는 정책은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가 있다.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인 무인 택배 시스템, CCTV 등 길거리 안전 등은 남성에게도 필요하며 특히 밤길 골목 안전과 관련한 정책은 남성들도 도움이 되었다. 남성 조합원들은 정책 언어를 기술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성이 여전히 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있는 점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서 ‘여성 안전 골목’, ‘여성 안심 귀가 스카우트’ 등 정책이 필요하기는 하나 사회의 왜곡된 시선과 저항을 감소시키고 청소년, 아동 등 소위 말하는 ‘남성성’으로 호명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포괄적인 정책 언어가 필요하다. 사뭇 조심스러운 접근이고 오히려 정책을 무성화할 경향도 있지만 정책 우선 순위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효과적인 접근은 유효한 전략일 것이다.
2) 현존하는 위협을 예방 및 감소시키는 전략
서울 1인 청년의 주거빈곤율은 30%를 넘는다. 청년 주거 빈곤은 최저주거기준 미달자에 한하며 비용 측면과 더불어 계산했을 때 실질적인 빈곤율은 더할 것으로 보여진다. 대학가 평균 원룸 평당 임대료가 10만 8천원인데 타워팰리스가 11만 8천원으로 불과 1만원 차이다. 이는 대학가 밀집 지역 원룸의 월세가 불공정함을 의미하며 일과 교육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학생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주거지역에서 청년들이 더 높은 주거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가 주변은 주거 전용 지구라기보다 상업 시설과 혼재되어 있다보니 주거용 시설이 부족한 편이다. 골목길 안전을 위한 가로등이나 비상벨 등 사고 시 대처하기 쉽지 않으며 대부분 1층에는 상업 시설, 2층 이상에 주거 지역이 있어 쉽게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다. 때문에 대학가 밀집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더 쉽게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 안심 귀가 스카우트 등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사회적 저항을 최소화하는 정책적 언어 및 방향을 갖추는 것과 동시에 현존하는 위험을 최소화하고 예방하는 정책 역시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성 안심 주택은 많은 사회적 저항이 존재하지만 특정 단지 내에 여성만 거주하는 것만으로 여성에게 큰 정서적 안정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집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발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안전을 서로 지켜줄 수 있는 든든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지자체의 직접 지원 방식이 아니라 사회적경제, 여성 단체 등 제3섹터에 의해서 실행될 때 그 정책적 효과가 더욱 클 것이며 정당 역시 지역의 사회적경제 주체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안전지도에서 여성단체 및 여성이 운영하는 카페, 식당 등 동네지도와의 결합으로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도 꾀해야 할 것이다.
3) 여성과 아동이 보호받는 존재의 지속이 아닌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전략
익명성을 기반으로하는 현대 사회의 경우 사생활이 마치 불가피의 영역으로 다뤄질 때가 있다. 개인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사회의 안전 및 돌봄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 개인을 드러내는 것이 사생활 침해가 아닌 더 나은 개인, 더 나은 우리를 만들고자 하는 것임을 증명해 내야 할 것이다. 이는 기존에 형성된 커뮤니티의 긍정적 효과를 알리고 여성들에게 이러한 가능성이 있음을 설명할 때 더 큰 힘이 될 것이다.
대부분 여성이 개인으로 남겨지고 파편화될 때 정책 역시 보호받는 한 개인으로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여성과 아동이 잔여적 복지 수혜 대상으로 남는 정책만 가져올 확률이 높다. 따라서 정책 역시 앞서 언급한 여성 커뮤니티의 형성으로 자립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내는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여성의 주거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소득 안정도 중요하다. 지자체에서 지역 커뮤니티 형성 시 돌봄사회 구축을 위한 일자리 창출 역시 청년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지역 사회에 들어올 수 있는 관점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다.
이는 여성 청년 가구가 주민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서대문구 꿈꾸는 다락방에 거주하면 의무적으로 서대문구 청소년들에게 멘토링을 하는 방식과는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주거권에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지 강제적으로 지역 봉사활동에 동원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립의 관점에서 일자리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같이 장보기, 빨래 같이 하기 등 생활 나눔을 시작으로 세입자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 계획들을 같이 짤 수 있을 때 자립과 안전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민달팽이 유니온 역시 여성 청년 가구가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세입자 네트워크를 구축하되 여성이 겪는 고충을 중심으로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할 것이다. 정당 역시 이러한 모임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 가령 청년들의 주민성을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마을 만들기 사업, 안전지도와 동네지도의 결합,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전략과 여성 일자리 창출 등의 활동이 주거정책과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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