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집 식구들과 이웃들과 함께 모였던 첫 모임의 기억.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지난 9월 첫째주 일요일, 오후 6시부터 달팽이집 2호 평상 앞에는 사람들의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녁시간임을 알리는 음식냄새가 코끝을 자극했고, 비어있던 자리는 사람들로 채워졌고, 테이블 위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전과는 다른 풍성함으로 자리가 메어졌던 거 같습니다. 그 날의 이야기들을 들려드리려 합니다.
9월 6일(일), 저희는 매달 돌아오는 첫 째주 일요일마다 모였습니다.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 한 달에 1번 공식적으로 모이는 반상회 자리였죠. 하지만, 지난 6일은 달랐습니다.
이웃주민들이 자리들을 메어주었고, 그분들과 함께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사람이 더 늘었죠.^^
달팽이집이 남가좌동에 터를 잡고 지낸지 1년이 지났고,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온 만큼 동네 아이들과는 오며가며 인사를 나눌 정도의 관계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아직 앞집과 뒷집, 옆집에 계신 분들과는 많이 어색했어요. 인사를 먼저 하고 싶어도 괜히 눈치만 보면서 쭈뼛거리게 되고, 어떤 안부로 인사말은 건네야 될지 몰라서 저희들끼리만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봄이 지났고,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오며 함께 사는 이웃 분들과 친해질 만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이웃분들과 어떻게 먼저 다가가면 좋을까, 어떻게 첫 인사를 나눌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그 첫 시작으로 ‘과일청’을 만들어 다가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모아졌습니다.
☞ 김강 조합원님의 '이웃과의 접점, 과일청 만들기' 보러가기
http://minsnailunion.tistory.com/405
일요일 하루 날을 잡아서 다 같이 모여 ‘과일청’을 만들었습니다. 사과를 씻고, 복숭아를 자르고, 빈병에1:1 비율로 과일과 설탕을 담아 달달하고 상큼한 맛의 '과일청'을 한 병 한 병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9월 6일(일) 저녁 6시, 달팽이집 평상에서 함께 저녁을 먹자'는 메시지를 적은 스티커를 붙여 달팽이집의 앞집과 뒷집, 옆집에 나눠드렸습니다. 과일청을 손에 쥔 떨리는 손으로 앞집에 벨을 눌렀던 시간, 서로 어색하지만 인사를 나누며 ‘꼭 모임에 와 주세요. 함께 맛있는 거 먹어요.’라는 말을 건네던 시간.
쉽지 많은 않았습니다. 교회 다니라며 전도하는 사람인줄 알고 문을 꽝 닫아버린 이웃도 있었습니다. 과일청을 전달해주는 시간이 순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5-6분의 이웃들과는 눈을 마주하며 인사를 나눴던 것 같아요.
‘사실 한 명도 오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도 저희와 눈을 마주하며 인사를 나눴던 5-6분의 이웃들이 와주셨어요. 음식도 맛있다며,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해주는 그 말씀에 준비한 저희 모두 함께 해준 이웃들에게 감사하고, 뿌듯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달팽이집 1호가 있는 건물에 사시는 신혼부부는 고맙다면서, 다시 저희에게와 루왁커피를 주고 가셨습니다. 저희의 초대에 함께 자리 해 준 것만으로 고마웠는데, 고마움의 표시를 다시 해주시니 달팽이집식구 모두 ‘우리만 즐거웠던 건 아니구나.’라는 마음을 대신 전달 받은 거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이웃들에게 다가가는, 첫 모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끝나고 저희들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렇게 시작하는 거구나. 이렇게 먼저 어색하지만 자리를 마련해 보고, 또 그 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다보면 서로 안부를 묻는 이웃까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번의 모임으로 갑자기 친해진다거나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를 나누긴 쉽지 않겠지만, 모임에 오신 분들을 길거리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먼저 웃으며 인사를 나눠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두 번째 이웃모임은 또 언제가 될 지 아직 모르지만, 조만간 또 소식을 전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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