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핑>
2014년 박근혜 정부 부동산 정책 돌아보기
2014년, 정부에서는 5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였다. 따지고 보면 두 달에 한 번 꼴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셈이다. 이번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생각될 만큼 부지런히도 부동산 정책을 쏟아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이 마무리되는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짧은 기간 동안 잦은 정책 발표는 그만큼 정부가 수립한 부동산 정책에 실효성이 없었다는 반증과도 같다. 특히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전세가와 월세가구의 증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정책은 부족한 정도를 넘어 ‘실종’되어버린 한 해였다.
●누구를 위한 ‘부동산’ 정책인가?
- 다주택 소유자, 건설업자, 투기자본, 부동산 임대기업 -
올 한 해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투기정책’의 연속이었다. 2월 임대차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임대소득 양성화를 이야기 했던 정부는 임대인들의 반발에 바로 꼬리를 내려야 했다. 그 뒤로 상반기 내내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주택 구매 대출 지원 강화와 대출 금리 인하, 세제 혜택 정책 등-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재건축 연한과 기준 완화를 통해 과거 ‘버블 세븐’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적극적으로 부추겼다. 또한 대규모 공공택지 공급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공공 및 민간 주택 공급물량을 조절하더니 급기야 가계부채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안전장치라고 하는 LTV·DTI 규제도 기어코 완화하였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언론, 금융권이 하나가 되어 진행된 ‘부동산 규제완화’의 총공세였다.
과연 올 한해 쏟아진 부동산 대책은 과연 누굴 위한 정책이었는가? 솔직하게 말해보자. 집을 가지지 못한 무주택자들이나 겨우 자기 집 한 채 유지하기도 힘든 대부분의 가정들이 대출을 더 쉽게 해준다고 집을 살 수 있을까? 2000년 이후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한국의 자가 비율이나 주택 매매시장의 침체는 더 이상 집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가구가 없다는 것을 이미 명백하게 보여주었다.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 정책이 발표되었을 때 엉덩이를 들썩였던 곳은 과거 ‘버블 세븐’으로 불리는 수도권 내 투기과열지역이었다. ‘부동산 릿츠’ 활성화를 위해 투자자를 모집하였을 때는 금융자본이 몰려들었고, 민간 임대사업자를 육성정책을 발표하였을 때는 국내외의 임대관리기업들이 환호하였다. 올 한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평범하게 살고 있는 대다수의 일반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이 결코 아니었다.
●‘불 난 집 불구경’하는 정부의 ‘주거’ 대책
- 고의적인 실책 혹은 의도적인 방관-
작년에 이어 올 한해도 ‘고가 전세’로 대표되는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주거문제의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주택거래활성화를 통해 전세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려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하였다. ‘주택매매 활성화▶매매수요 증가▶전세 수요 감소▶전세가격 안정’을 기대했던 정부는 ‘주택매매 활성화▶집값 상승 기대▶전세공급 감소▶전세가격 상승’이라는 정반대의 시장결과에 당황하였으며,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전세가격 안정화를 사실상 포기하게 되었다. 높은 전세가격과 함께 저금리로 인해 임대인들도 월세를 선호함에 따라서 민간 임대시장에서 월세가구는 날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월세 대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날로 높아졌다. 그러나 10월 30일에서야 마지못해 내놓은 ‘서민 주거비 완화 대책’의 실체는 기약 없는 공공임대주택 확대공급과 월세 대출이 전부인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주거비 부담, 특히 전월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만 해결할 없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민달팽이 유니온을 비롯한 주거시민단체에서는 꾸준히 임대시장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합리적인 ‘제도적 틀’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정부와 국회 임대차 시장을 떠받칠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것을 거부하여 왔다. 선진국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임대시장에 대한 적절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시장교란을 이유로 도입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연말 정기국회에서 마지막으로 ‘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주거안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도입되기를 기대하였지만, 결국 연내 통과가 무산되고 논의는 내년으로 미뤄지게 되었다. 2013년 연말 전월세 상한제 도입이 무산된 이 후 꼭 1년 만에 똑같은 장면이 펼쳐진 것이다.
● 2014년, ‘끝난 잔치’에 변죽 올리는 정부
- 2015년, 주거권 실현을 위한 전환점 앞에 선 한국-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올 7월 취임 당시 ‘한겨울에 여름옷’이라고 규정하고 전 부문에 걸쳐 부동산 규제완화를 실행하였다. 그러나 계절을 착각한 ‘초이노믹스’의 규제완화는 한겨울에 그나마 입고 있던 ‘여름옷마저 빼앗는’ 결과로 돌아왔다.‘부동산 불패신화’가 무너지고, 그 달콤한 열매로 벌였던 잔치가 끝난 지 오래지만 정부에서는 여전히 과거만을 추억하고 앞을 보지 않고 있다. 과거의 향수에 취해 코앞에 닥친 겨울을 준비하지 못한 채로 맞이하는 2015년에 우리들의 주거환경은 더욱 혹독할 것이다. 이미 내년 봄 전세대란이 예고되는 가운데에도 전월세 대책은 미뤄둔 채 ‘부동산 3법’만을 통과시킨 정부의 부동산 정책기조는 여전히 확고해 보인다.
2015년에는 ‘주거’를 둘러싸고 많은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대로 ‘주거복지기본법’이 제정과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설치가 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주거급여개편·전월세 전환률 인하·공공임대주택 10% 공급 달성을 위한 점진적 계획이 수립될 예정이다. 2월 국회에서 구성되는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에서는 오랫동안 논쟁이 된 전월세 상한제·임대차계약 갱신권·임대차 보호법 개정에 대한 내용을 6개월의 활동 기간 동안 다룰 예정이다. 즉, 내년 상반기가 보편적 주거복지, 나아가 주거권 확립을 위한 제도적 기틀 마련을 위한 결정적 국면이 될 것이다. 이 논의의 결과에 따라서 한국의 주거권이 진일보 할 것인지, 다시 후퇴할 것인지 결정될 것되는 분수령이 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달팽이 유니온을 비롯한 주거시민단체, 나아가 한국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내년 진행될 논의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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