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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유니온]/* 보도자료, 기자회견, 논평

[성명]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에 함께하며 : 청춘을 소비하고 청춘을 착취하는 CJ E&M에게

by 민달팽이유니온 공식계정 2017. 4. 20.

민달팽이유니온은 CJ E&M tvn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부끄러움과 미안함은 CJ E&M의 몫이어야 합니다. 


어느 날, 노량진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새로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노량진이 있는 동작구는 청년 주거빈곤율이 55.8%로 서울은 물론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또, 노량진 공시촌으로 대표되는 이 지역은 청년들이 미래를 위해 오늘, 잠시 머무르는 공간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한 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그리고 원룸과 고시원 그 사이에 기상천외한 원룸들이 즐비한 곳에서 펼쳐지는 삶들을 담는 드라마라니 기대와 함께 걱정이 들었습니다. 


드라마를 한 회, 한 회 볼수록 걱정은 차츰 사라졌습니다. 드라마에 대한 비평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적어도 혼술남녀는 ‘불쌍한 청년’이라는 프레임 갇혀 소비하지는 않아서 안도했습니다. 흔한 다큐멘터리에서 보이는 피상적인 삶의 단면이 아니였기 때문입니다. 고시원과 공무원 시험 학원을 배경으로 쏟아지는 이야기에 함께 웃고 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혼술남녀의 시즌2를 앞두고 있는 지금은 참혹합니다. 드라마의 결말과 상관없이 결국 우리는 눈물과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남긴 드라마를 갖게 되었습니다.


고인이 된 이한빛 PD는 혼술남녀 제작에 참여하면서 강도 높은 노동과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도맡았습니다. 그에게 드라마는 일터의 공간이자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드라마는 그와 같은, 그가 함께 살아가고 싶은 청년들의 삶을 담은 드라마였습니다. tvn의 혼술남녀는 청년들의 삶을 팔아 시청자를 위로하는 척했지만 뒤편에서는 청년들의 삶을 정말로 팔고, 쥐어짜고, 기만하고 있었습니다. 시청자를 속인 드라마이자 청년들을 배신한 드라마입니다. 


왜 부끄러움과 미안함은 남겨진 자의 몫입니까. 희망을 이야기 하고 변화를 만들어보자는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사회 생활 모르는 사람들의 치기’로 폄하합니까. 우리가 만든 구조도 아닌데 때로는 내가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되게끔 만드는 것입니까. 혼술남녀를 즐겁게 보고 노량진 공시촌에서 일어나는 다사다난하고 희노애락이 담긴 이야기들을 보면서 위로받고 격려받은 청년들이 그 시간을 부끄러워하고 있습니다. 


‘청년팔이’로 돈을 번 CJ E&M은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합니다. 비단 한 방송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수많은 일터에서 벌어지는 절망의 고리를 이제 끊어내야 합니다. 이한빛 PD를 더 잃을 수는 없습니다. ‘일과 노동은 자아실현의 수단이다.’라고 교과서의 가르침을 배우고 자란 사람들이 거짓을 배우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017.04.20. 민달팽이유니온


▶CJ E&M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서명링크 : http://bit.ly/혼술남녀서명운동
▶드라마노동실태 제보링크 : http://bit.ly/드라마현장제보

▶대책위 공식후원계좌 : 794001-04-131680 국민은행, 청년유니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