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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유니온]/* 공지사항

척박한 땅 속에서도 희망을 길어올리는 총선이 되길 바라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4. 11.

안녕하세요.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임경지입니다. 국민의 대표를 자임하는 우리의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니 그만큼 시끄러운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나를 뽑아달라’는 후보들의 절박함보다 우리 삶의 절규가 더 큰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러분에게 투표를 꼭 하자는 말을 전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사실 한동안 뉴스를 끊었습니다. 새로울 것도 없고, 어떤 사람이 잘못했느니, 어떤 사건이 발생했느니 하는 이야기로 가득했습니다. 아픈 소식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사회에 해결을 촉구하는 것이 본디 언론의 역할일진데 오히려 갈등과 반목만 커지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청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원룸 관리비 문제 해결에 기대하며 실태조사에 참여한 사람들,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의 방을 멋쩍게 내보인 사람들, 집의 의미를 제대로 살려보자며 좋은집 탐사대에 함께하는 사람들, 우리 사회의 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달팽이집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들의 삶, 평범하지만 전혀 평범하지 않은 우리의 작은 집, 큰 삶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총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총선을 앞두고 총선기획단도 꾸리고, 오픈테이블(보트게임 주토피아)도 열고, 총선청년네트워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선거 과정에 청년의 목소리가 전달되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해왔습니다. 공천이 되지 말아야 할 후보에 대해서 알리고, 어떤 후보의 공천 탈락을 안타까워 했고 어떤 비례 후보의 출마를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정치적인 과정이 맞습니다. 매 순간 신중했지만 두렵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저는 우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청년을 위한 공공주택의 입주 기준을 선정하는 것도 법이고, 주먹구구식 원룸 관리비를 근절하는 것도 법입니다. 행정부를 질타하며 제대로 된 정책을 촉구하는 것도 입법부의 역할입니다. 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해 힘쓰는 국회의원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저는 분명 우리의 삶은 나아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물론 그렇게 기대를 걸만한 후보가 있지는 않지만 그렇게 만드는 것 또한 민달팽이유니온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는 수많은 갈등과 저항이 발생합니다. 이 갈등을 지혜롭게 조정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기에 민달팽이유니온의 다양한 시도 역시 이러한 맥락에 있습니다. 세입자의 권리 보장을 전제로 하고 임대인과 중개인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가 요즘에 화두입니다. 적대적인 관계에서 서로 필요를 찾고 상호 협력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더 정치적으로 살아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이미 지배해버린 나쁜 갈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세대갈등이 그렇습니다. 청년에 대한 편견과 부모세대에 대한 불신이 꽤 널리 퍼져있습니다. 청년들은 무절제하고 미성숙하다는 것, 어른들은 배려하지 못하고 꼰대라는 말이 많습니다. 이런 말들이 가득할수록 협력, 이해, 화해는 촌스러운 말이 되고 무언가를 바꿔보려는 사람들은 쉽게 배제됩니다. 오히려 누가 더 자극적으로 욕을 하는지만 남게 됩니다. 결국 상처만 남고 해결은 요원해집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함께 좋은 정치를 위해 투표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학생 기숙사가 지어질 때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이기적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숙사가 필요한 대학생들에게 배가 불렀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한 노후가 코앞인 부모세대와 하루하루 월세 불안에 놓인 청년세대가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이제 국민연금을 튼튼히 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의 월급을 챙겨주기 힘든 치킨집 사장님에게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대기업의 골목 상권 침해에 같이 목소리 내고 치솟는 상가 임대료를 단호히 잡자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좋은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좋은 정치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투표를 많이 하길 바랍니다. 바로 여러분처럼 말입니다.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사회라는 말이 허구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민달팽이유니온과 관계맺는 무수한 사람들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많은 분들도 이미 그러하듯이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내는 치열한 틈새가, 기어코 만들어내는 작은 변화들이 또 다른 희망을 잉태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여러분께 투표하자고 하는 것이 민망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청년에게 투표하라고 다그치고 있지만 사실 그 어디에서도 내일을 낙관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갈등을 넘어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해 이번 총선, 청년 주거 문제 해결과 우리 사회의 좋은 정치를 만드는 국회의원을 함께 만든다는 마음으로 여러분이 투표를 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척박한 땅 속에서도 희망을 길어올리는 20대 총선이 되길 바라며 민달팽이유니온은 여러분과 함께 늘 그래왔듯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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