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민달팽이유니온]/* 보도자료, 기자회견, 논평

[논평] 9.2 주거대책,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9. 2.


 논   평 ◎ 


박근혜 정부의 9.2 주거대책,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천고마비의 계절이라는 가을, 하늘만 높아지는 게 아니라 임대료도 높아지고 있어 시민들의 시름이 더해간다. 이제 곧 연말이 다가오면 많은 전, 월세 계약이 종료되고 세입자들은 또 다시 이사를 가야 한다. 세입자의 고통을 반복해서 말하는 것이 무색할만큼 우리는 더 나빠지고 더 힘들어지고 있다. 전세 대란 속에서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세입자들의 임대료 충격이 상당하다. 이에 공공주택 확충과 동시에 민간 임대 시장을 규제하는 선도적 조치가 시급한 때이다.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은 민간 임대 시장을 규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9.2 주거 대책에서는 ‘할 수 있는 것’, ‘하기 쉬운 것’들로만 가득 차있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그동안 주거지원이 미흡했던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새로운 정책이 신설되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3, 4인 가구 중심의 주택 정책에서 배제된 계층이 저소득 1인 가구임을 정부가 처음으로 확인한 대책이며 이들에 대한 주거복지 정책의 확대 가능성을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저소득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대한 대책으로 꼽은 "전세임대 확대"는 매우 실망스럽고 실효성이 있지도 않다. 전세 대란 속에서 시민들에게 직접 전세를 찾아오라고 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이며 기존의 높은 전세 가격을 떠받치는 작용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LH대학생전세임대는 사업시행 4년 차 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계약이 만료되는 2년 뒤 매번 새로운 전세임대가 가능한 주택을 찾아나서야 한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개선 없이 전세임대를 확대하겠다라고 하는 건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고 하는, 자력구제로서 주거문제를 풀겠다는 것이 아닌가. 현재 민간 임대 시장 규제가 전무한 상황에서 LH 대학생 전세임대는 임대인에게 규제로만 느껴진다. 이에 전반적인 시장에 대한 규제와 LH 대학생 전세임대의 인센티브가 동시에 가야하는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사용해야 하는데 지금은 채찍만 있는 상황인 것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부족한 물량을 제도 안으로 어떻게 포섭할 것이냐에 대한 방안이다. 


새로운 유형이라고 제시한 것은 리모델링 매입임대다. 특히나 임대 시장이 보편화됨에 따라서 향후 노후 주택 관리 측면에서도 필요한 부분을 드디어 정부가 개입해서 하게 되었다. 그러나 임대료 규제가 현재 시세 50~80%인데 시세를 기준으로 하는 임대료 설정은 많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오히려 임대료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행복주택 역시 시세 60~80%로 설정되어있는데 서울시에서 공급하는 공공주택(홍은동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다세대 매입임대 유형)에 비해 평당 임대료가 약 2배 가량 비싸다. 저소득층 임대사업이라고 하기에는 임대료가 높기 때문에 리모델링 매입임대 역시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임대료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고 주요 공급대상을 소득 1~4분위에 맞춰야 한다. 임대료를 결정하는 기준은 '시세'가 아니라 공급 대상의 소득 수준이어야 한다. 

 

행복주택 및 행복기숙사가 가장 청년층에게 직접적인 주거지원 정책인데 현재 물량이 당초 20만호에서 14만호로 축소되고 지정 지구마다 반대가 거센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과 선제적 조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계획 발표는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게 한다. 아울러 행복주택에서 미취업자 배제 문제, 높은 임대료 문제, 행복기숙사의 임대료 높은 기숙사비 등 해결해야 할 것이 산적함에도 이에 대한 개선 없이 공급량만 목표로 삼는 것은 우선순위가 틀렸으며 실제로 현재 가장 정책에서 배제되고 있는 미취업자, 잦은 이직과 실직을 반복하는 청년 1인 가구는 정책의 주요 대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어 새로운 대책이라기 보다 기존 정책이 있는 것을 반복했을 뿐이다.


원스톱 주거지원 안내시스템은 주거복지 전달체계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주거복지정책을 안내하는 것에 먼저 해야 할 일은 주거복지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이 없는데 안내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안내보다는 세입자로 살아가는 수많은 시민들을 위한 임대차분쟁 상담 시스템이 더 시급하다.


그동안 지적해왔던 1인 가구의 주거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구체적인 정책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예산은 별도로 책정되어 있지 않다. 결국 기금을 활용한 전세임대와 행복주택 및 행복기숙사에 대한 목표치만 확인되고 있어서 이를 통한 청년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기존에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면 고쳐야 하는 것이다. 또한 가장 소외되어있던 청년, 미취업자, 잦은 실직과 이직을 반복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없어 또다시 이빨이 빠진 형국이다. 


여전히 정부의 정책 기조는 주택 매매 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가 소유를 촉진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임대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규제 정책과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의 공공임대주택 확대 정책이 더 필요하며 그동안 산적해왔던 제도 개선의 문제를 푸는 것이 더 시급하다. 따라서 9.2 주거대책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의 우선순위를 무시한 채 할 수 있는 것, 하기 쉬운 것을 위주로 짜맞춰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가장 필요가 인지된 곳에 우선적으로 예산이 쓰여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지켜지는 주거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민달팽이유니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