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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유니온]/* 보도자료, 기자회견, 논평

[기자회견] 세월호 참사 1주기 남미순방 규탄 시행령 폐기 촉구 청소년 대학생 청년단체 공동 기자회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4. 14.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남미 순방을 떠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또다시 출국하려는 대통령에게 바로 여기에 함께해야 함을, 세월호 인양과 시행령 폐기를 결정해야 함을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왔습니다. 기자회견문을 공유하며 쓰린 마음 여러분과 함께 달래고 싶습니다. 광화문에서 만난 유가족분들은 역시나 곧으셨고 모진 비바람 맞으며 굳건히 계셨습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해주신 분들, 마음을 모아준 분들과 함께, 다시, 시작,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남미순방 규탄 시행령 폐기 촉구 청소년 대학생 청년단체 공동 기자회견]


"그 4월 16일, 박근혜대통령은 또 출국(出國)하십니까?"


세월호 참사로부터 일 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흘렀습니다.


누군가는 잔인한 기억이라며 도려내자 합니다. 집권 여당의 사무총장이란 어른은 세월호를 ‘교통사고’에 비유합니다. 유가족들은 말합니다. 어떤 아이는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었고 어떤 아이는 기어오르느라 손톱이 다 빠져 있었다고 그 순간 정부가 구하지 않은 것을 우리 모두 똑똑히 지켜보지 않았냐고 질문합니다.


우리는 답해야 합니다. 온 국민이 지켜보았고 그리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온갖 부조리의 적폐가 세월호를 침몰시켰던 매일매일을 기억합니다. 구조에 무능하고 안전관리에 실패한 국가의 붕괴를 우리는 함께 목격했고 통곡했으며 분노했습니다.

295명은 사망하였고 9명은 여전히 배와 함께 차가운 바다 속에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밝혀졌고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대개조를 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일 년이 가까워오도록 정부는 진실은 안 꺼내고 돈 이야기만 꺼내고 있습니다. 급기야 4월 16일 참사로부터 일 년이 지난 그 날, 세월호 희생자들의 기일에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떠난다고 국민에게 출국(出國)을 말합니다.


청와대는 국익을 위해서라고 명분을 내세우지만, 국가가 지키지 못한 생명의 기일에 온 국민이 애도를 표하고 사회적 재난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는 때에 그 어떤 국익을 위해 떠나는 것인지, 국민의 생명과 안녕보다 우선되는 국익이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유가족들은 말합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보상이 아니라 ‘진상의 규명과 온전한 선체의 인양’이라고 죽음 앞에 돈 흔드는 모욕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합니다.


어제 국회 입법조사처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 모법인 세월호 특별법의 위임사항을 벗어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사를 받아야할 해양수산부가,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하며 세월호 참사의 조사 권한을 갖겠다는 책임과 윤리의 역전을, 실종을 우리는 여전히 목도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있은 이후 지난 일 년이 참사였습니다. 국가와 사회의 문제를 다음세대에 전가하지 않겠다는 그 약속은 지금 도대체 어디서 지켜지고 있습니까. 우리는 침통한 마음으로 1주기를 맞고 있습니다. 진상 규명의 여지를 차단하는 시행령을 폐기하고 선체를 조속히 인양이 이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독립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진실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을 위로하고 이 국가적 재난을 함께 수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습니다. 국민이 책임을 물어야할 정부가 진상규명의 여지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온 국민이 애도하는 세월호 1주기에 또 다시 국가를 떠난다는 이 믿지 못할 상황을 어떻게 다음세대에게 설명할 것입니까.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 생명이 희생되었다고 편가르지 않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 엄중했고 우리 모두가 자유롭지 않습니다.


마지막 골든타임의 72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생명의 고귀함마저 무시하는 무서운 사회를 다음세대에 전가하지 않을, 결국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 두려운 사회라는 것을 다음세대에 전가하지 않을 마지막 골든타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상중(喪中)입니다.


어디에 가십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출국(出國)할 수 없습니다. 해서는 안됩니다. 유가족의 곁에 서서 유가족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국민의 명령을 들어야 합니다. 이 참사의 진상이 밝혀진 다음, 책임을 묻는 방식은 국민이 정합니다.


정부는 유가족이, 국민이 요구하는 대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의 잘못을 근본에서 바로 잡는 국민의 명령을 수행해야 합니다. 아직 아홉 명의 생명이 세월호에 잠들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자화상, ‘부끄러움의 상징’ 되어버린 세월호가 다시 물위로 그 모습을 드러낼 때 우리는 달라져 있어야 합니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해 미안하다’ 다시 반복할 순 없습니다. 반복되어선 안됩니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그곳에서, 다시 시작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지금이야말로 무엇인가를 해내야 하는 순간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4월 16일 침몰해버린 대한민국을 뒤로하고, 다른 대한민국이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이웃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들의 국가, 진실과 정의를 향해 두려움 없이 한걸음씩 내딛는 사람들의 국가, 함께 기억함으로써 덜 아플 수 있도록 손잡는 사람들의 국가, 다른 대한민국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끝없는 무기력을 떨쳐버리고 무너져버린 이 사회를 새로이 복원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잊지 않겠다고, 행동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때의 다짐과 약속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할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지금입니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은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그 날의 다짐을 기억하며, 4월 16일 시청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곁에 서겠습니다.


2015년 4월 14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청소년유니온, 경기대학교 총학생회,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 대학언론협동조합, 서강대학교 생활도서관, 서울대학교 관악 자치도서관, 서울대학생 겨레하나, 성신여자대학교 총학생회,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 학생회, 연세대학교 노수석생활도서관, 연세대학교 닮, OO은대학, 꿈이룸네트워크, 동네형들, 민달팽이유니온, 민중의집,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사회참여극단 돌쌓기, 서울청년네트워크, 소리D, 신촌민회, 아르바이트노동조합, 오늘공작소, 자유인문캠프 기획단, 청년녹색당, 청년연대은행 토닥, 청년유니온, 최게바라 기획사, 평화교육프로젝트 모모 (가나다 순. 32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