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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역세권 2030청년주택 톺아보기 1.

민달팽이유니온 공식계정 2017. 8. 8. 19:54


[들어가며]

 

월간 민달팽이를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 여러분께서는 아마도 청년의 주거문제가 정책적 관심이 필요한 문제라는 점에 공감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공감대가 확산되어 여론이 되고 여론이 수렴되어 정책이 되는 길은 매우 험난합니다. 이 점에서, 서울시에서 20163월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위하여 역세권 2030 청년주택정책을 시사하고 7월에 조례를 제정한 것은 상당히 뜻 깊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세권 2030청년주택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 상황을 마냥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정책목적의 달성을 어렵게 하는 구조적인 허점이 다수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8월호에서는 이에 대한 독자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서울특별시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조례’)를 중심으로 역세권 2030청년주택의 문제점을 톺아보고자 하며 9월호에서는 현황분석과 역세권 청년주택의 의미를 곱씹어 보려고 합니다.

 

[‘역세권 2030청년주택이란?]

 

역세권 2030청년주택은 청년의 주거안정을 위하여 민간이 청년의 통학 및 출근이 용이한 역세권에 청년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입니다. 굳이 민간을 지원하는 까닭은 청년임대주택을 모두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면 좋겠지만, 도시 내부에 새로 주택을 공급할 토지가 부족하고 가격이 너무 높아 공공재정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공공임대주택이든 민간임대주택이든 근본목적이 주거안정이라는 점은 똑같습니다. 그래서 민간임대주택도 주거 소요(Needs)를 만족하기 위한 각종 제약이 발생하여 사업성 확보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민간임대주택의 공급과 관련된 정책은 공공이 민간의 손실을 보전해줄 수 있는 각종 혜택(사업절차 축소, 세제혜택, 도시관리계획 변경 등)을 제공하게 됩니다. 공공은 재정이 부족하고 민간은 행정권이 없으니, 민간은 기준을 충족하는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공공은 그 대가로 민간에게 금전적 이익이 되는 특권을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공공과 민간이 일종의 거래를 하는 셈이지요.

 

[역세권 청년주택의 거래명세서 톺아보기]

 

위와 같이 역세권 2030청년주택정책을 민간과 맺는 일종의 거래로 본다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물건을 사고팔 때와 같이 정책을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래를 할 때에는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듯이 우선 조례와 청년주택의 건설 및 공급의 세부사항이 담겨있는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 및 운영기준(개정)(이하 운영기준’)을 중심으로 이 제도의 내용과 한계점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공공은 무엇을 주는가?

 

먼저 역세권 2030청년주택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명 뉴스테이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각종 혜택과 더불어 추가적인 혜택을 민간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조례가 상당부분 뉴스테이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역세권 2030청년주택에서 추가적으로 제공되는 혜택 가운데 돋보이는 것은 주차장 설치기준의 완화와 도시관리계획 규제의 완화입니다.

 

- 주차장 설치기준 완화

주차장 설치기준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27조에 따른 규제인데 보통 60m²이하의 주택의 경우 세대당 0.7대 이상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조례에 따르면 상황에 따라 세대당 0.25에서 0.4대 수준으로 대폭 완화해줄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역세권에 청년주택을 공급하는 제도의 취지를 반영한 점도 있는 것이지만 민간 투자자에게는 상당한 혜택입니다. 주차장을 공급해야 하는 공간을 수익이 창출되는 타 용도로 전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도시관리계획 규제 완화

다음은 도시관리계획 규제의 완화인데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의 용적률 추가규제를 완화하는 것()과 아예 용도지역을 상향해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도시계획 체계인 용도지역제에서는 용도지역에 따라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종류와 규모의 한계를 법으로 정해두고 있습니다. 또한 이 규제는 각 도시마다 도시계획조례로써 더욱 강화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은 서울시가 추가로 규제한 용적률을 완화하여 남들보다 더 큰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의미입니다. 토지주 입장에서는 그 외에도 용적률이 완화되어 땅값이 높아지니 이중으로 혜택을 얻는 셈입니다. 그 다음 ()운영기준상의 조건을 충족한다면 단순한 규제완화를 넘어 준주거지역이나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상향을 시켜주는 것입니다. 이 조건은 역세권, 현재 용도지역, 면적, 인접 기준으로 구성되는데 생각보다는 충족하기 어렵지 않은 조건입니다.

 

2) 공공은 무엇을 받는가?

 

기본적으로 공공이 추구하는 역세권 2030청년주택의 목적은 청년층의 주거안정입니다. 때문에 청년층이 실질적으로 주거안정을 누릴 수 있도록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를 상세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이 내용은 조례의 제4장에 분명히 드러나고 있는데 임대의무기간, 양도, 임대료 상승률, 임대차계약 등 입주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핵심내용의 대부분은 뉴스테이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임차인 자격 및 선정방법, 임대료 책정 등의 사항은 시장과 협의가 필요한 것으로 못 박으면서 사실상 운영기준상의 청년주택 운영자문위원회에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결국 이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역세권 2030청년주택의 주거안정을 보장하는 각종 장치의 디테일이 결정되는 구조인 것입니다.

 

[어떤 문제가 있는가?]

 

그렇다면 역세권 2030청년주택을 둘러싼 공공과 민간의 계약서에는 어떤 한계가 있을까요?

 

1) 시한부 임대주택을 위해 도시에 영구적인 부담을 지울 수 있습니다.

 

우선 역세권 2030청년주택뉴스테이법에 따라 적어도 8년 동안은 의무적으로 임대주택으로서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최소한 8년 동안은 안정적으로 거주가 가능해서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8년 이후에는 분양전환이 가능합니다. 즉 역세권 청년주택은 8년간 유지되다가 사라지는 집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역세권 청년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 이 조례에서 제공하는 혜택, 특히 용적률 완화 및 용도지역 상향은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유지되어 토지주에게 영구적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해석하기에 따라 용적률 완화는 재건축 시에는 인정받지 못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된다면 향후 역세권에 노후건축물이 장기간 재건축이 되지 못하고 방치되어 도시환경을 해칠 수 있습니다.

 

결국 역세권 2030청년주택은 약 8년간의 청년주택 공급을 위해서 토지주에게 지속적인 특혜를 제공하고 도시의 공간구조가 영구적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습니다. 물론 신규토지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서울시에서 청년주택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하다면 좀 더 지속적인 공익이 창출될 수 있도록 좀 더 고민해야합니다.

 

2) 8년의 임대의무기간도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와 같이 8년간의 임대의무기간이 온전히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불공정한 거래인 것 같은데 만일 이 임대의무기간도 지켜지지 못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이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이것은 조례에서 뉴스테이법을 준용함으로써 뉴스테이법의 취약성이 그대로 계승된 것입니다.

 

뉴스테이법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은 기존의 임대주택법공공임대주택민간임대주택에 관한 두 특별법으로 분리하여 제정하는 과정에서 탄생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절차를 단기간에 밟아 나가려다보니 특히 뉴스테이법에서 입주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임대주택법의 장치의 상당수가 계승되지 못하고 법에 허점이 군데군데 발생하였습니다. 그 중 하나가 사업자가 법을 악용하면 임대의무기간을 채우지 않아도 사실상 분양전환(사전분양전환)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뉴스테이법에 의하면 허가에 의한 사전분양전환만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허가는 실질적으로는 신고에 가깝고 부도·파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를 만족하면 사전분양전환이 가능한 구조여서 민간이 의도적으로 부도 및 파산을 해버리면 얼마든지 사전분양전환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악용하면 민간은 공공에게 각종 혜택을 얻은 뒤에 1~2년 정도 적당히 운영하다가 청년주택을 분양한 뒤 한몫 챙기는, 소위 먹튀가 가능한 구조인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조례뿐이 아니라 관련된 각종 법령의 작용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3) 청년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조례에 따르면 역세권 2030청년주택이 청년이 주거안정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요소들은 대부분 청년주택 운영자문위원회에서 정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하나같이 임대료 산정, 임대료 인상비율, 입주자 가격 및 선정방법 등 임대주택으로서의 핵심적인 내용들이지요. 그런데 여기에 청년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시키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위원회의 구성 때문입니다. ‘조례에 따르면 위원회는 17인으로 구성되는데 절대다수가 서울시 공무원이거나 시장이 임명하는 자로서 사실상 시장의 의지가 직접적으로 관철되는 구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 때문에 시장선거의 결과에 따라 청년주택의 방향성이 쉽사리 바뀔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회의록을 비공개하여 시민들이 감시하기에도 다소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