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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달팽이유니온]/* 보도자료, 기자회견, 논평

주거안전실태조사 ⓶ 최소한의 안전장치, 방범 시설

by 민달팽이유니온 공식계정 2017. 5. 23.


민달팽이유니온(http://minsnailunion.tistory.com)은 청년 가구의 주거 안전을 연구하기 위해 주거안전 실태조사를 실시하였다(조사기간: 8월 30일~9월 6일). 전체 응답자 355명 중 현재 독립해 살고 있는 20~30대 242명(남성 123명, 기타 2명, 여성 117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문제 진단

“방범시설 하나 없는 주택에 살고 있다” 21.9%

청년들은 대부분 방범시설이 부실한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살고 있는 주택 건물 중 40.5%는 현관 출입구에 보안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54.5%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71.7%는 방범창이 없었고, 81.8%는 경비실이 없었다. 외부 침입을 알려주는 경보기는 97.9%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심지어 응답자의 21.5%는 다섯 종류의 방범시설이 하나도 설치되지 않은 건물에 살고 있었다.

“임대인에게 방범시설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73.7%

64.7%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청년들이 방범시설을 보수하거나 추가하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임대인에게 방범시설을 보수하거나 추가해달라고 요구한 응답자는 9.5%에 불과했다. 이는 요구하더라도 임대인이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방범시설을 보수하거나 추가해달라고 요구한 경우에도 임대인의 73.7%는 조치를 취해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결 과제


세입자가 사는 집의 '안전'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집을 제공하는 사람, 임대인의 책임과 의무는 무엇이며, 집을 사용하는 사람, 즉 세입자의 관리 책임과 의무는 어디까지인가? 

임대인과 세입자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과 제도는 어떻게 개선되어야 할까?


현재 임대인과 세입자(임차인)의 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세입자에게 인색하다. 민법에서 집을 빌려주고, 빌리는 부분에 해당하는 조항을 살펴보면 임대인의 의무를 핵심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5개 정도인데, 세입자의 경우 8개 조항이 넘는다. 게다가 세입자의 의무에 비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정도 역시 소극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소극적으로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현행 법 체계에서 익히 알 수 있듯이 '안전한 집'을 제공하는 것 역시 임대인의 의무로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현행 민법 623조에 의하면 <임대인은 목적물(주로 집)을 임차인(세입자)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라고 되어있다. 이에 따르면, 임대인이 단순히 집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살만한 집'을 빌려주고 이를 유지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조항의 모호함으로 인해, 또는 소극적인 해석으로 임대인에게 구체적인 책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 이미 이와 관련한 판례(https://goo.gl/z5vM0k)는 임대인에게 유리하게 결정이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소송과 같이 사법부의 힘을 빌리고자 할 때에는, 원고가 되기 때문에 입증의 책임, 즉 문제를 겪고 있고 그 원인을 밝히는 일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임대인에 비해 비교적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없는 세입자들은 그저 참고 지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안전까지 유예하면서 살 수 있을까? 이제 이미 있는 민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 임대인은 세입자, 즉 본인이 제공하고 이를 통해 돈을 벌고 있는 집에 거주하는 사람에게 '안전 의무', '보호 의무'를 져야 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또는 민법에 임대인과 세입자의 의무와 권리에 대해 자세히 기술하고 현실에서 세부적인 사항을 합의할 수 있도록 표준주택임대차계약서에 안전과 관한 사항을 추가해야 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방범시설 설치는 세입자는 물론 임대인의 자산인 집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미 주거기본법에서 주거권은 "물리적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 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한 바있다. 세입자가 이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부는 임대인에게 이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안전'은 그저 CCTV 또는 방범창으로만 실현되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안전한 집'을 만들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누구의 책임인지를 하나씩 정립해가는 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